부정부패 척결이 중국 시진핑 시대의 성패를 가를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시진핑은 지난해 11월 중국 공산당 총서기 취임 이후 줄곧 부정부패 척결과 관리들의 근검절약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열린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부정부패에 관련된 자들은 ‘호랑이’에서 ‘파리’에 이르기까지 모두 동시에 잡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력 있는 당과 정부의 고위층에서부터 지방 하위관료에 이르기까지 지위 여하를 막론하고 부정부패를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중국의 부정부패 규모는 어마어마하다는 평가다.
밍신 페이 클레어몬트대 정치학 교수는 “뇌물과 불법 리베이트, 횡령 등 부정부패 규모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3%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는 중국의 교육예산과 맞먹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에서 중국은 지난해 세계 176개국 중 80위를 차지했으며 점수는 100점 만점에 39점을 기록했다.
영국 조세정의네트워크(TJN)가 지난해 7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980~2010년에 중국의 부자들이 납세의무를 피해서 은닉한 재산은 1조1890억 달러(약 1081조원)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HSBC는 루이비통과 구찌의 글로벌 판매의 4분의 1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1인당 GDP는 약 5400달러로 세계 90위 수준에 불과하나 세계 럭셔리시장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부패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는 평가다.
시진핑 총서기가 호화 연회를 금지하는 등 부정부패 척결운동을 펼치면서 럭셔리 산업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중국에서 인터넷과 TV, 라디오 등의 미디어 산업을 관리하는 국가광파전영전시총국(SARFT)은 지난 7일 고급시계 등 사치품 광고에 ‘지도자를 위한 선물’‘리더’ 등의 단어를 금지하도록 했다.
중국 최고 명주로 꼽히는 마오타이를 생산하는 구이저우마오타이는 시진핑이 당 총서기에 취임한 지난해 11월 15일 이후 주가가 17%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증시 상하이 종합지수는 20% 뛰었다.
그러나 시진핑의 부정부패 척결 운동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여전하다.
광둥성은 성내 지역 3곳을 선정해 중국에서 최초로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를 시행했으나 재산 내역은 내부에서만 조회할 수 있어 눈 가리고 아웅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충칭시의 성상납 사건을 폭로했던 저명한 독립 탐사기자인 주루이펑은 지난달에 “공안이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자신을 압박했다”면서 “최고지도자들이 항상 부정부패와 싸우겠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막상 일반시민이 행동에 나서면 탄압을 받는다”고 한탄했다.
전문가들은 부정부패를 궁극적으로 해결하려면 사법부의 독립과 언론 자유 등 정치개혁이 선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하이에서 정부 투명성 강화 운동을 펼치고 있는 옌이밍 변호사는 “정부의 투명성, 법에 의한 통치와 민주주의만이 부패와 싸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들”이라며 “현재의 부정부패 척결 캠페인은 이런 요소들을 전혀 포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