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이 넘은 나이에 학사와 석·박사 과정에 도전해 10년 만에 졸업장을 받아낸 73세 만학도 박준규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15일 열린 경기대 대학원 졸업식에서 사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독학으로 검정고시, 수능시험을 치르고 2003년 경기대 행정학과에 입학해 10년동안 왕복 6시간에 달하는 통학을 버티며 거둔 성과다. 대전 유성구에서 아들 내외와 함께 사는 박씨는 석·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통학했다.
박씨는 왕복 6시간에 달하는 통학 시간 지난 2년 6개월간 한국역사 가운데 조선시대 중종시기 정치개혁가 조광조를 연구했다. 그는 먼 통학 길을 마다하며 논문을 써냈다.
박씨는 10여년 은퇴 후 아내와 1년간 해외여행을 다녀온 그는 불연 듯 목적 없이 막연하게 여생을 보내는 것이 허무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그는 “마냥 놀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주변에선 저 나이에 왜 그러냐고도 할 수 있지만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후회는 없었어요”라고 회고했다. 늦깎이 입학생이었지만 복수전공으로 사학을, 부전공으로 레저스포츠학을 이수했다.
결석이나 지각 한번 하지 않고 우수한 성적으로 수차례 장학금을 받기도 했지만 그 뒤에는 수많은 난관이 있었다. 시험 때면 오른손이 젊은 학생들 만큼 빠르지 않아 50분이라는 시간 내에 답안을 써내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박씨는 졸업하기 전부터 ‘세계 속의 한국역사’ 등 3학점짜리 학부 강의를 맡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새 학기에도 강단에 오를 예정이라는 그는 기회가 된다면 자신이 쓴 논문을 많은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책으로 펴낼 계획이다.
그는 “나이 때문에 문제가 된다는 것은 인정하기 어려워요”라며 “주변에 은퇴한 사람이 많은데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라고 권하고 싶어요”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