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케슬러(Kessler)’라는 초콜릿 원료 공장에서 일을 한다. 아침 5시에 출근해 오후 1시 정도면 일을 마친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것이 쉽진 않지만 빨리 일을 마치는 만큼 큰 어려움은 없다. 직업학교를 졸업하고 다른 일을 하다가 이곳에서 일한 지 10년이 넘어가면서 생활 패턴에도 완벽히 적응해 이제는 특별히 이른 출근이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바로 축구다. 축구에 대한 독일 사람들의 관심은 정말 엄청나다. 2006년 월드컵을 계기로 대표팀에 대한 관심이 더 늘었고 분데스리가에 대한 관심은 예나 지금이나 높다. 하지만 나는 축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태어나서 축구장에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
독일인임에도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 몇몇 사람들에게는 무척이나 특이한 모양이다. 내가 사는 지역 인근에는 쾰른, 묀헨글라드바흐, 레버쿠젠 같은 도시들이 있다. 더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들은 모두 1부리그에서 뛰는 팀의 연고지들이다. 상트 아우구스틴에서 태어나 계속 살고 있고, 이곳에 유명한 축구 팀이나 다른 스포츠팀조차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있다고 해도 내가 빠져들었을 것 같진 않다.
국적이 다른 친구들에게 “독일하면 생각나는 게 뭐냐”고 물었을 때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대답 중 하나는 바로 축구다. 맥주, 감자, 유명한 음악가, 통일, 자동차 브랜드 같은 것들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축구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빠지지 않는다. “결혼한 남자들이 주중 열심히 집안일을 하는 이유는 주말에 축구를 보기 위해서”라는 말도 있을 정도다.
특별히 축구를 싫어하는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선수들이 필요 이상으로 많은 돈을 받는 것도 그다지 좋아 보이진 않고, 경기 중 선수들끼리 싸우는 장면도 결코 보기 좋지 않다. 이런 이유들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냥 싫다. 월드컵 기간에 모든 국민들이 미친 듯이 쏟아져 나와 거리에서 축구를 볼 때도 나는 온천에서 여자친구와 시간을 보냈다. 축구장만큼 큰 온천에 10명도 채 안 되는 사람이 한적하게 시간을 보내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독일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가 축구에 열광하고 맥주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만큼은 아니지만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하나다. 하지만 내 삶이 재미없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축구가 없어도 정말 재미있게 살고 즐거움을 찾는다. 물론 맥주는 있어야 하지만… 독일 사람이라고 무조건 축구에 열광한다는 생각은 편견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