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국내 모든 온라인 음원 사이트는 개정된 ‘디지털 음원 사용료 징수규정’에 따라 음원 가격을 인상했다. 무제한 스트리밍 요금제가 월 3000원에서 6000원으로, MP3 40곡 다운로드 상품이 5000원에서 7000원으로 오르는 등 40~100%의 요금 상승을 보였다. 대신 상품 가짓수를 늘려 소비자의 선택폭을 넓혔다. 그러나 새로운 변화에 소비자는 물론 음원 서비스 사업자, 음원 권리자 모두 표정이 밝지 못하다.
음원 서비스 사업자들은 기존 고객의 해지율은 높아지고 신규 가입자는 큰 폭으로 줄어 울상을 짓고 있다. 멜론의 경우 기존 고객은 전년 대비 약 10%, 신규 고객 유입은 약 30% 정도 줄어들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음원 사업자들은 일제히 가격 할인 프로모션을 펼치고 있다.
가장 많은 유료 회원을 보유한 멜론은 ‘힐링 프라이스’ 이벤트를 통해 기존 가격에서 20% 정도 할인된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엠넷, 벅스, 네이버 뮤직 등도 차례로 이용료를 할인했다. 특히 소리바다는 ‘크레이지 세일’ 이벤트로 업계 최저가를 선언하며 반값 할인에 나섰다.
사업자들은 전년대비 인상된 서비스 원가와 가격 할인 경쟁으로 인한 마케팅 비용까지 감수해야한다. 하지만 소비자 감소에 따른 시장 축소를 막기 위해 경제적 피해를 감수하고 프로모션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운영 어려움을 겪었던 사업자들의 경우 출혈 경쟁이 계속된다면 존폐 여부마저 고심해야할 처지에 놓여있다.
한 음원 서비스 업체는 “음원 가격은 인상됐지만 신규 이용자 유치를 위한 가격 할인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고 밝히며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1분기 매출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향후 문을 닫는 업체도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징수규정 개정을 통해 음원 권리자의 수익 배분율은 이전보다 최대 25% 정도 올라 상품별 60%에서 80%까지 상향 조정됐다. 특히 권리자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가격 할인 프로모션 이전의 가격으로 수익을 분배받는다.
개정안을 통해 수익 배분율이 개선됐지만 권리자들은 아직도 멀었다는 분위기이다. 묶음 상품 대신 전면적인 음원 종량제 시행을 원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 관계자는 “특히 대형 기획사를 중심으로 음원 종량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탄탄한 팬덤과 대중성, 홍보력을 확보한 대형 기획사의 경우 음원 종량제가 더 많은 수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음원 권리자가 노력에 걸맞는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는 찬성하지만 음원을 듣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아직도 창작물을 이용하기 위해 정당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인식이 뿌리내리지 않은 까닭이다.
많은 소비자들은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실시하는 음원 사이트를 찾아다니면서 철새처럼 가입과 탈퇴를 반복한다. 한 소비자는 “보다 저렴한 프로모션이 나오면 주저 없이 (음원 서비스 사이트를)갈아탄다”면서 “할인 행사가 없어진다면 아이디 공유나 어둠의 경로(불법 다운로드)를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