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세대부터 ‘뼛속까지 경쟁체제’를 이어받은 저비용항공사(LCC) 2곳이 있다. 대한항공 자회사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의 에어부산이다.
LCC 시장이 커지면서 항공료 인하를 비롯한 이들의 점유율 확보 경쟁은 대형 국적사 간의 경쟁 못지않다. 이들은 대기업이 출자해 태생이 비슷하다는 점 외에는 철저히 다른 방식을 고수하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진에어는 기존 LCC 취지를 고스란히 반영하며 비용을 줄이는 등 ‘효율성’을 극대화시켰다면, 진에어보다 3개월 늦게 출범한 에어부산은 대형항공사 수준의 서비스를 고집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2008년 100% 출자한 진에어는 출범 초기부터 지정좌석제를 없애고 먼저 도착한 사람이 자리를 정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는 시간을 절약할 뿐 아니라 혼선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비용을 최대한 줄인 진에어는 출범 2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영업이익에서 괄목할 만한 실적을 일궜다. 상반기 78억원을 달성한데 이어 3분기까지 179억원을 넘어섰다. 연간 목표가 80억원임을 감안할 때 3분기에 이미 2배 이상 초과 달성했을 뿐 아니라 전년 대비 50% 가량 치솟았다.
반면 철저히 ‘한국형’ LCC를 고수하며 거의 국내 대형항공사 수준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항공사는 에어부산이다. 실제로 대형항공사 승무원 유니폼 디자인을 그대로 적용, 음료 중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커피’도 제공한다. 상대적으로 부대비용이 많이 들어 저비용항공사 취지와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대형항공사 수준의 서비스’를 강조하고 있다.
높은 수준의 서비스과 함께 부산 노선을 공략한 결과 관련 노선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했다. 부산~제주와 부산~타이베이, 부산~세부 3개 노선에서는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 결과 출범 4년 만에 누적흑자를 기록했다.
이처럼 두 회사가 상반된 경쟁 전략을 펼친 만큼 고객들의 선호도도 차이가 난다. 부산 노선에 집중한 에어부산은 국내선 여객수가 상대적으로 많으며 국제선은 진에어를 찾는 고객이 더 많았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선 여객수는 에어부산 214만2223명, 진에어 150만9484명을 기록, 국제선의 경우 진에어 82만5731명, 에어부산은 60만9919명으로 집계됐다.
한편 ‘같은 듯 다른’ 마일리지 정책 경쟁도 흥미롭다. 진에어는 지난해 취항 4주년을 맞아 ‘나비포인트제도’를 소개했다. 이 제도는 쿠폰 10장을 모으면 음료 한 잔을 먹을 수 있는 일상 서비스에서 착안된 것으로 항공편을 이용하면 나비 모양 도장을 찍고 노선별로 10~40포인트를 적립받을 수 있다.
이에 질세라 에어부산도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에서 커피 10잔을 마시면 한 잔을 공짜로 주는 스탬프 제도와 같이 항공기 이용 횟수에 따라 무료항공권을 제공하는 ‘마일리지 스탬프’제도를 올 상반기 중으로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