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권력이 움직인다]시대상 따라 변화한 대중문화의 신주류… 고무신족·청년문화·오빠부대 등

입력 2013-02-0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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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록 페스티벌에 1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이 참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중문화는 대량생산-대량소비가 가능한 상황에서 등장한 문화다. 대중이 소비를 하지 않으면 대중문화는 존재할 수 없다. 그런데 대중문화를 주도적으로 소비한 대중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급변해왔다.

활동사진의 형태로 영화가 도입돼 무성영화를 거쳐 유성영화로 발전했다. 또 음반이 처음 선보이며 축음기를 통해 대중가요가 보급되며 악극이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1900~1940년대에는 대중문화의 주 소비층은 일본 유학생, 지식인, 기생 등 경제력이 있는 성인들이었다. 경제적 상황이 어려운데다 축음기나 라디오가 워낙 고가였고 영화 역시 먹고살기에 급급했던 서민들에게 관람료는 상당한 부담이 됐다.

해방 이후 미국의 대중문화가 대량 유입되고 라디오, 극장 등이 급증한 1950~1960년대에는 30~50대 중년 여성들이 영화, 음악 등 대중 문화의 주 소비층을 이뤘다. 고무신을 신은 여성들이 극장의 관객으로 자리 잡으면서 ‘고무신족’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1950~1960년대 중년 여성들은 대중문화의 주 소비층이었다.

텔레비전 수상기 보급이 늘면서 TV문화가 대중문화의 주요한 흐름을 형성하고 가수들의 극장과 극장식 식당 공연이 활성화하면서 대중문화를 향유하는 층은 20대로 낮아졌다. 이때 직업별로 팬들의 분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맥주와 통기타가 청년문화의 표상으로 떠오른 1970년대 포크송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주로 대학생들이었다. 이 시기 20대 또 다른 쪽에서는 남진 나훈아의 트로트를 좋아하는 공장 근로자 등이 대중문화의 또 하나의 소비층을 형성했다.

경제가 고도성장을 하던 1980년대는 컬러TV 등장으로 방송환경이 급변했다. 음악의 유통채널이 레코드에서 테이프나 CD로 전환되기 시작한 이 시기에는 조용필의 부상과 함께 본격적인 오빠 부대가 형성된 것에서 알 수 있듯 20대 여성들이 대중문화의 가장 왕성한 소비를 하는 층이었다. 그리고 고도성장의 과실이 어린 10대들에게 돌아가기 시작한 1990년대 들어서는 10대들이 대중문화의 핵심적인 소비층으로 떠올랐다. H.O.T 등 연예기획사의 기획형 아이돌그룹들이 문화상품을 왕성하게 소비하는 10대들로 인해 스타로 부상할 수 있었다. 10대들이 소비를 장악한 1990년대부터 이들을 겨냥한 댄스음악이나 트렌디 드라마 등이 쏟아져 나왔다.

1990년대에는 10대 위주의 대중문화 판도 속에 40~50대 중년층이 서서히 대중문화 소비층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직장에 얽매이며 고단한 현실을 살던 중년층들이 여유를 가지면서 문화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이때 등장한 것이 70~80 복고문화의 활성화다. 미사리에서부터 여의도 방송사에 이르기까지 70~80년대 유행했던 음악과 가수, 그리고 이 시기를 다룬 드라마나 영화들이 눈길을 끌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10대 위주의 대중문화에서 20~40대들이 음반, 영화, 그리고 방송 공연에 이르기까지 가장 왕성한 소비층을 형성했다. 경기침체와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10대들의 문화소비가 급감한 대신 직장인 30대들의 대중문화 소비가 크게 늘었다. 최근들어 ‘건축학개론’ ‘기억의 습작’등 90년대를 다룬 대중문화 상품들의 소비가 급증한 것은 바로 30~40대가 대중문화 핵심소비층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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