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북한 주민들은 극심한 ‘정보 암전’ 상황 속에 살고 있지만 변화가 올 것을 확신한다”면서 이달 초 3박4일간의 방북 경험을 소개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슈미트 회장은 지난 28일 케임브리지대 특강에서 “북한에 휴대전화 100만대가 이미 보급돼 정보 소통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면서 “느리고 점진적이겠지만 북한 주민의 생활에도 변화는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북한 주민을 포함해 전 세계 20억 인구에 인터넷이 보급되면 이들의 생활에도 엄청난 변화가 나타나고 부패와 폭압적인 정권은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인터넷이 보급된 후 정치 상황이 나빠진 나라는 없다”면서 “정보통제가 심한 중국에서조차 시민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정부의 부패를 감시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슈미트 회장은 “북한에 들어가기 전 베이징에 휴대전화를 두고 출발해야 했다”면서 “휴대전화가 없던 1992년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도착해 당국자로부터 외국인용 휴대전화를 지급받았지만 이 기기로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래의 인터넷 이용자들이 사는 나라에 가서 주민을 직접 만나보자는 생각이었다”며 방북 추진 배경을 공개했다.
그는 개인 업무시간의 20%를 다른 창의적인 일에 쓰도록 한 구글의 내부 규정 덕분에 북한 외에도 그동안 차드·르완다·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소말리아 등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최근 구글이 사용자참여 방식 제작기술을 이용해 북한의 인터넷 지도 정보를 강화한 것도 인터넷 소통을 확대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슈미트 회장은 이날 강연에서 급속도로 발전하는 인터넷의 미래에 대해 “인터넷 접속이 일상화한 미래에는 온라인 신분을 노린 ‘가상 납치’와 몸값 요구 범죄가 등장하고 부모가 자녀의 이성교제를 걱정하기 전에 온라인 프라이버시 문제를 우려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온라인 시대는 한 개인이 동시에 여러 개의 신분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의미”라며 “온라인 신분이 실제 신분 이상으로 중요해지면서 이와 관련된 범죄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인터넷 공간에서 말하고 쓰는 것 뿐만 아니라 사이트 방문 기록과 인터넷에서 행하거나 공유한 기록까지도 개인의 과거사로 남는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익명보호법이 강화되고 자신의 생활을 감추려고 가짜 아이디를 찾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으로 그는 예상했다.
또 정보기술의 발달로 각국 정부가 사이버 테러리스트를 무인기로 공격하고 범죄자 집단이 무인기를 활용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슈미트 회장은 인터넷 정보기기의 대중화로 사람들이 독서를 멀리하게 되는 점을 가장 큰 부작용으로 지적했다.
그는 “디지털기기를 가진 아이들에 대한 가장 큰 걱정은 오락 중독이 아니라 책을 숙독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책을 통해 얻는 도움을 체험하지 못할까 봐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