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된 김용준 총리 후보자가 29일 자진 사퇴함에 따라 박 당선인의 ‘나홀로식 인선’이 결정적 실패를 겪게 됐다. 이번 김 전 총리 후보자의 낙마가 박근혜 당선자의 1인 인사 밀봉인사가 불러온 참사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지나치게 보안을 중시한 나머지 제대로 후보자를 검증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향후 인선에서 ‘박근혜 인사스타일’을 수정해야 한다는 압박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박 당선인이 강조해 온‘신뢰와 원칙’이라는 정치적 자산에도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지난 24일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던 김 후보자를 총리 후보로 지명하면서 “나라의 법치와 원칙을 바로세우고 무너져내린 사회안전과 불안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해소하고 사회적 약자가 보호받는 국민행복시대를 열어갈 적임자”라며 높이 평가했다.
당초 김용준 후보자는 무난한 인사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야당과 언론에서 두 아들에 관련한 병역면제와 일가의 재산형성 과정을 둘러싼 각종 부정적 의혹 등이 잇따라 제기하자 상황은 반전되기 시작했다. 박 당선인도 언론의 본격적인 검증으로 비판 여론이 고조되자 당혹해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리 후보자의 자진사퇴는 박 당선인의 깜깜이 인선 스타일이 부른 예고된 ‘악재’였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박 당선인의 첫 인사였던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에 대해서는 새누리당 내에서도 국민 정서에 반하는 지나친 강경보수 인사라는 비판론이 제기됐다. 이후 청년특위 인선에서도 일부 부적절 인선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박 당선인은 단독으로 혹은 최측근 소수그룹만 논의한 후 인사를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사검증도 보안을 중시하다보니 공식적인 검증시스템 보다는 최측근 비선조직에 의존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사실상 아직까지도 박 당선인이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인사를 하는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밀실 인사방식이 부실 검증으로 이어지면서 결과적으로 ‘초대 총리지명자 자진사퇴’라는 악재를 맞닥뜨리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인수위원 인선까지만 하더라도 청와대의 협조를 받아 후보자들의 병역, 납세, 전과 등 인사정보를 살펴봤지만, 총리 후보자 인선은 이같은 기본적인 검증 절차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한 관계자는 “박 당선인 측은 이번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의 인사 검증은 청와대에 의뢰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치권 일부에서는 일찌감치 낙마 가능성이 점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번 김 전 총리 후보자의 낙마로 박 당선인의 인사스타일이 결국 실패로 돌아감에 따라 당선인의 인선 방식에 근본적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김 전 후보자 사퇴 전부터 박 당선인 주변에서는 ‘시스템 인사’의 필요성이 여러차례 제기돼 오기도 했다. 더욱이 박근혜식 불통 인사 시스템에 대한 비판 여론은 앞으로 당선인의 후속 인선에 대한 국민 불신으로 이어져 차기 정부의 순조로운 출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