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포괄적인 이민 개혁안에 합의하면서 1100만명에 달하는 불법 체류자의 시민권 취득 기회가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민주·공화 양당의 중진 상원의원들로 구성된 ‘8인 위원회’는 불법 체류자들에게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국경 경비를 강화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이민법 개혁안 초안을 2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위원회는 먼저 미국에 불법 체류 중인 이민자들이 시민권과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비자가 만료된 불법체류자들은 정부에 등록한 뒤 신원조사를 통해 영주권 발급 기회를 얻게 된다.
조사를 받은 불법 체류자들은 벌금·체납 세금 등을 낸 뒤 합법적으로 거주하고 일할 수 있는 ‘시험적(probationary)’ 법적 지위를 얻게 된다. 영주권도 신청할 수 있다.
어릴 때 부모를 따라 불법 입국한 이들은 시민권 취득 조건이 상당 부분 완화된다.
다만 심각한 전과가 있거나 미국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간주될 경우 자격 미달로 강제 추방을 당할 수 있다.
위원회는 이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국경 감시를 강화하는 등의 방안을 함께 제시했다. 밀입국 자체를 줄이기 위해 국경 검문을 강화하기로 했으며 무인기를 비롯한 감시 장비도 확대할 방침이다.
불법 이민자나 이주 노동자의 취업문도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이번 초안에는 미국 내 대학에서 과학·기술·공학·수학 등 이른바 STEM 전공 석·박사학위를 취득한 불법 이민자에게 취업허가증을 발급하는 등 합법적인 이민 시스템 개혁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신분 도용과 불법 고용을 막을 수 있는 효과적인 고용 확인 제도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미국의 노동자들을 보호하면서도 노동력 수요에 부응해 잠재적인 근로자를 수용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개선할 예정이다.
이번 개혁안은 지난 2007년 공화당 출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추진하려다 실패한 이민 개혁법 이래 가장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일각에서는 입법화 과정에서 일부 여론과 정치권의 반대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화당 내 보수주의자들은 이번 합의안이 불법 이민에 대한 사실상의 ‘사면’이라며 여전히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