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 살어리랏다]베이비붐 세대에 부는 귀농·귀촌 붐… 인생 2막 전원생활

입력 2013-01-2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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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의 66.3%가 은퇴 후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김장용 배추를 수확하고 있는 농민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맞물려 귀농·귀촌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은퇴 후 도시를 떠나 자연 속 전원주택에서 편안한 노후를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베이비붐 세대의 귀농·귀촌은 막연한 농촌에 대한 동경으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기에 보다 철저한 검증과 교육 등을 통해 실패를 미연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베이비붐 세대가 농촌으로 간 이유

귀농·귀촌 인구가 급격히 늘어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시기와 정부의 적극적 귀농·귀촌 정책이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베이비붐 세대는 6.25 전쟁 직후인 1955년부터 1963년 사이 태어난 이들로 국내 인구의 14.6%인 712만명을 차지하고 있다.

농협경제연구원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 중 66.3%가 은퇴 후 귀농·귀촌을 희망하고 있다고 답할 정도로 이들의 귀농·귀촌 인구 편입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기준 귀농·귀촌자는 50대와 40대가 각각 32%와 24.4%를 차지해 전체 귀농·귀촌자의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한 귀농·귀촌 열풍에는 정부의 많은 예산과 세제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또 농촌은 자연과 함께 생활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편안함과 안락함을 추구하는 퇴직자들이 농촌을 선택하고 있다.

이들은 자영업이나 사무직, 생산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근무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농업과 자신들의 전문 분야를 접목시켜 시너지 효과를 내며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정부는 도시민 1인이 농어촌 지역으로 귀농·귀촌할 경우 사회 전반적으로 발생하는 순이익이 연간 1인당 169만원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즉 귀농 평균 가족수인 2명이 10년간 농어촌에 거주하면 3380만원의 사회적 편익이 발생한다는 계산이다. 또 귀농·귀촌시 도시민의 전문분야와 농·어업이 접목돼 다양한 분야가 동반성장한다는 판단도 하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판단은 지난해 전국 720개 농어촌 체험마을을 대상으로 귀농·귀촌자의 참여도와 역할에 대해 조사한 결과 뚜렷이 나타났다. 247개 체험마을(34.4%) 중 귀농·귀촌자가 마을대표 92명(22.2%), 사무장 138명(33.3%), 조력자 184명(44.5%)으로 활동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퇴직 후 귀농·귀촌이 답일까?

최근 귀농자들의 억대 연봉 소식에 ‘농어촌 드림’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제2의 인생을 농촌에서 보내려는 퇴직자들에게는 자연 속에서 억대 연봉을 벌 수 있어 더욱 솔깃하다.

실제 정부 조사에서도 억대 수익을 내는 ‘부농’은 매년 증가해 지난해 1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린 농업인만 1만6410명에 달한다.

얼핏 듣기에는 굉장히 많은 농업인들이 억대 연봉을 받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체 농가인구 296만5000명의 0.55%에 그치는 수치에 불과하고 또 이중 귀농자의 비율은 극히 낮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농식품부가 2008년과 2009년 귀농 가구 2218가구와 4080가구를 전수 조사한 결과 각각 145가구(6.5%)·221가구(5.4%)가 다시 도시로 되돌아오거나 농업이 아닌 다른 업종으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민등록을 실제 이전한 경우만 파악한 비율이기 때문에 실제 귀농을 시도했다 마음을 되돌리는 경우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빈부 격차도 도시보다 심해 농가소득 하위 20% 대비 상위 20%의 소득은 지난 2005년 9.6배에서 2010년 12.1배로 껑충 뛰었다. 같은 기간 도시 가구가 5.0배에서 5.8배로 늘어나는 데 그친 것보다 2배가량 차이 나는 수치다.

특히 자녀들의 교육 문제로 보통 귀농 가구수는 2.2명 수준에 머물러 있다. 4인 가족 중 부부만 농촌으로 내려간다는 뜻이다. 젊은 자녀들의 경우 농촌으로 내려갈 경우 학업의 연속성이 깨지고, 문화시설 등이 없어 이주를 거부하는 경우도 많다.

3년 전 강원 원주로 귀농한 김금홍(57)씨는 “현재 원주에는 부부만 거주하고 있고, 주말이면 아이들이 내려오거나 우리 부부가 서울로 올라간다”며 “대학 졸업반인 아이들은 취업을 위해 서울에 남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서울 집은 그대로 두고 이곳에 별도의 집을 마련해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일부 귀농 현상에 대해 귀농·귀촌 전문가들은 “충분한 교육을 받고 귀농했다 하더라도 생각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도시의 기반을 일시에 정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부부나 부부 일방만 먼저 귀농·귀촌에 대한 기반을 마련하고 가족이 이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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