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을 위해 현해탄을 건너는 사람들이 있다. 스포츠 한·일전을 앞둔 국가대표 선수들이 아니다. 프러포즈라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이 시대 총각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많고 많은 프러포즈 장소 중에 왜 하필 일본일까. 성공률 높은 프러포즈 장소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낮은 곳보다 높은 곳, 낮보다 밤, 가능하면 화려한 조명·불빛이 있는 곳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그런 면에서 일본에는 로맨틱 프러포즈 장소가 많다. 일본에서도 야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은 고베, 나가사키, 하코다테다. 일본의 ‘3대 야경’으로 손꼽히는 이곳은 연인들의 단골 프러포즈 장소로서 수많은 연인들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고베는 백만불짜리 야경으로 통한다. 롯코산이나 마야산, 또는 누노비키 허브원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고베시내는 마치 보석 상자를 열어놓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아름답다. 지난 1998년 개통한 아카시해협대교도 밤이 되면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 케이블 위에는 조명기구가 설치돼 있어 계절·시간에 따라 바뀌는 일루미네이션이 고베의 밤을 더욱 화려하게 수놓는다.
‘일본 속 유럽’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은 나카사키의 하우스텐보스다. 매년 겨울이면 전구 1000만개가 ‘빛의 왕국’을 연출한다. ‘바다 위 항공기’로 불리는 고속여객선 ‘코비호’를 이용하면 ‘빛의거리’ 하카타와 ‘텐진 빛 스퀘어’, 다자이후텐망궁 등을 함께 관광할 수 있다.
하코다테는 한겨울에도 ‘따뜻한 바다’를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늘 이맘때면 연인들의 로맨틱한 퍼포먼스가 연출되기 때문이다. 하얀 눈과 오색 빛이 연출해내는 하코다테의 겨울밤은 일본 각지에서 몰려든 연인들로 북새통이다.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하코다테를 찾는 것만으로도 이벤트의 반은 성공’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하코다테시가지가 내려다보이는 모토마치 언덕에는 아기자기한 카페와 레스토랑이 모여 있어 산책을 즐기며 다양한 요리도 맛볼 수 있다.
반드시 ‘3대 야경’이 아니라도 로맨틱한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은 많다. 도쿄에서 전차로 약 30~60분 거리의 요코하마도 로맨틱한 프러포즈 장소다. 특히 게이힌 임해공업지대 야경 크루즈는 요코하마를 대표하는 데이트코스다. 특히 밤이 되면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이 연인들의 들뜬 마음을 더욱 요동치게 한다. 크루즈 요금은 3500엔(4만1000원). 소요시간은 약 1시간30분이다.
눈과 얼음으로 유명한 홋카이도에는 아이스 빌리지가 있다. 삿포로에서 JR선을 타고 1시간가량 가면 토마무 지역에 도착하는데, 이곳은 홋카이도의 로맨틱 프러포즈 장소로서 빼놓을 수 없다. 100% 눈과 얼음으로 만들어진 이곳은 오로지 겨울에만 이용할 수 있으며, 마치 커다란 이글루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밤이 되면 빌리지 위로 비치는 형형색색의 조명이 동화 속 요정 나라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도쿄 연인들의 첫 키스 장소로는 단연 오다이바가 인기다. 도쿄만 지역에 조성된 인공섬으로 최신식 쇼핑타운과 호텔, 방송국, 박람회장 등 신개념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갖추고 있다. 전용열차인 유리카모메(모노레일)를 타고 레인보우 브릿지를 건너가거나 아사쿠사 선착장에서 수상버스를 타고 도쿄만의 경치를 즐기는 것도 좋다.
오다이바의 상징인 자유의 여신상과 레인보우 브릿지에 불이 밝혀지면 오다이바의 아름다움은 극에 달한다. 레인보우 브릿지가 보이는 창 넓은 카페나 후지TV 전망대, 해변에서는 야경을 만끽하는 연인들로 만원이다. 오다이바의 하이라이트는 비너스 포트 주변의 관람차다. 지름 100m, 지상 115m 높이를 자랑하는 관람차 안에서는 도쿄만의 환상적인 야경과 함께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