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피로를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경기 불황으로 스트레스는 더욱 더 극에 달하고 있다. 정치적 대립, 경제적 빈곤에서 촉발된 사회불안 요소는 개인을 더욱 옥죄고 있다. 강박에 가까운 다이어트 열풍, 마른 몸매에 대한 집착은 이런 불안한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필연인 듯 다가온 힐링 열풍과 오버사이즈의 귀환은 여러 모로 반가운 소식이다.
오버사이즈는 이번 겨울 여성들의 외투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정장을 주로 입는 비즈니스 우먼들이 중성적인 매력의 오버사이즈 코트를 입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각진 어깨선, 큼직한 실루엣으로 무장한 코트는 올 겨울 잇아이템이다.
겨울 코트는 다른 옷에 비해 가격이 비싸 여러 벌 구입하기도 힘들고 한번 사면 몇 년이 지나도록 오래 입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들은 매일 입을 수 있고, 어디에도 잘 매치할 수 있는 실용적인 소재와 스타일의 코트를 찾곤 한다. 오버사이즈 코트는 유난히도 추운 날씨와도 일맥상통한다. 캐시미어 100% 소재의 코트보다 울, 알파카, 라마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해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작년 ‘건축학개론’, ‘응답하라 1997’의 복고 열풍이 2013년에도 여전히 힘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녀시대는 복고풍 패션을 가지고 우리를 다시 찾아왔다. 소녀시대는 데님과 복고가 믹스된 힙합 스타일로 신곡 ‘I got a boy’ 무대를 꾸몄다. 손수건 헤어밴드를 하고 청청 스타일, 알록달록한 무늬로 70년대 패션을 완성했다.
극장가에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애니메이션 ‘빨간머리 앤-그린게이블로 가는 길’이 개봉했다. 긍정적인 에너지와 사랑스러움을 간직한 빨간머리 앤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20~30대가 주를 이룬다. 앤이 전해주는 상상력 가득한 추억이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행복했던 어린시절의 감성을 떠올리게 해주기 때문이다.
복고는 일상으로도 들어왔다. 첨단 디지털 기기에 휩싸여 살고 있는 사람들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아날로그적인 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금강제화는 겉모습은 필름 카메라인데 속은 최신형 카메라의 스펙을 가지거나 전축 모양을 한 CD플레이어 등 과거와 현재가 공존해 있는 뉴 복고풍(Neo Retro)이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90년대 후반 중고생들에게 국민 아이템이었던 이스트팩이 다시 등장하고, 노티카가 아웃도어로 부활하는 등 패션에서도 복고 바람이 다시 한번 불고 있다. 학창시절에만 메던 것이라 생각하던 커다란 백팩의 인기도 고공행진 중이다. 남성복도 오랫동안 대세였던 슬림핏에서 벗어나 아저씨 패션이라고 생각되던 넉넉한 팬츠, 여유있는 어깨선의 셔츠 등 무난하게 오래 입을 수 있는 수트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싱글들을 위한 복고 콘셉트의 미팅 파티도 등장했다. 지난 연말 한 결혼정보회사에서는 장소·음악·먹거리 및 미팅 프로그램까지 복고 콘셉트의 미팅을 주최했다. 복고 파티 관계자는 “소지품 교환 등 복고 콘셉트가 자칫 촌스러울 수 있지만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해 파티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는 그만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