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보드 거쳐 코스닥 상장도=영세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자금 조달을 위해 지난 2000년 출범한 프리보드가 깊은 침체를 겪고 있지만 이같은 위기 속에서도 살아남는 기업은 있다.
아세아텍은 지난 2000년 프리보드에 진입한 뒤 성장세를 이어가다 2010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국내 1위의 밭농사 기계업체인 아세아텍은 국내 시장점유율 85%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밭농사 기계 시장은 내수 시장 크기의 한계로 성장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경쟁사 대비 확실한 우위로 안정적인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예상실적(6월 결산법인)은 매출액 11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3%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렌텍은 과거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인공관절을 최초로 국산화에 성공시킨 의료기기 전문업체로 국내 시장점유율 25%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인공관절 시장은 고령화에 따른 시장확대로 연평균 15% 이상의 고성장이 예상되며 코렌텍의 국내 시장 점유율 또한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 2010년과 2011년 각각 73억원과 118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코렌텍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전년도 전체 매출액 수준인 1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월께 상장 예정중인 코렌텍의 공모예정 주식수는 120만주로 공모예정가는 1만3000원~1만6000원이다.
2차전지 제조업체인 코캄 역시 지난 2006년 프리보드에 진입한 뒤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캄은 지난 2009년 11월 미국 최대 화학회사인 다우케미컬의 기술이전 요청으로 ‘다우코캄’이라는 조인트 벤처를 설립하고 1억6000만 달러 규모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용 배터리 기술 제공 계약을 체결했다.
코캄은 지난해 6월 미국 최대 전력회사 중 하나인 듀크에너지사에 759kWh급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을 공급한데 이어 지난달 미국 최대 규모의 동물원인 샌디에이고 동물원에 100kWh급 옥외형 에너지저장장치를 공급하기도 했다.
매출액은 2009년 520억원에서 2010년 740억원, 2011년 1285억원으로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34억원에서 206억원, 266억원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3년간 단 세 곳 뿐=하지만 프리보드에서 이같이 성공한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프리보드에서 코스닥 시장으로 이관된 기업은 아세아텍, 케이엔디티앤아이, 코렌텍 등 단 세곳에 불과하다.
아세아텍과 케이엔디티앤아이가 2010년 코스닥에 상장됐고, 코렌텍은 올해 2월 상장예정인 것을 감안하면 지난 2년새 프리보드에서 코스닥 시장으로 이관된 기업은 전무하다.
영세기업과 벤처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해 탄탄한 중소기업으로 육성코자 했던 당초의 취지가 무색해 지는 결과다. 이같은 추세는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출범 초기 6억원이 넘었던 하루 평균 거래량은 현재 1억원으로 6분의 1토막이 났다. 거래량 역시 급감해 지난해 프리보드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14만5000주에 그쳤다. 2000년 132개에 달했던 상장기업수는 지난해 52개로 감소했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성장단계에 있는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을 위해 코넥스(KONEX)시장 신설까지 추진하고 있어 사실상 고사상태에 처한 프리보드는 풍전등화 신세에 내몰렸다.
프리보드 기업협회 서영석 사무국장은 “소규모 벤처사업자의 경우 외부감사, 공시인력 보강 등 만만치 않은 비용을 들여 프리보드에 들어왔지만 갈수록 유동성 공급이 부족해지고 사실상 식물상태가 되면서 ‘괜히 진입했다’는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며 “코넥스 설립 논의로 인해 프리보드 자체가 방향성을 잃은 상태”라고 토로했다.
서 사무국장은 “정부가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자 유망기업들의 경우 프리보드 진입을 꺼리며 시장이 침체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며 “프리보드 시장 활성화를 위한 금융당국의 구체적인 방향성과 전망이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