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3세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5~10년 후 우리 경제를 이끌어갈 ‘예비총수’로서 실력과 자질을 갖추기 위해 이미 그들은 각자의 길로 들어서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 경영권 승계를 위한 마지막 관문을 남겨둔 3세들부터 이제 막 데뷔한 이규호 코오롱그룹 차장까지 모두 다 정상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재계 3세들은 ‘경영수업’이라는 큰 틀에서 볼 때 서로 비슷한 양상을 띠지만 방식에 있어서는 차이를 보인다. 아버지 회사에서 바닥부터 몸소 체험하거나 외부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은 뒤 합류하는 이들도 있다.
스타일도 제각각이다. 어려움이 닥치면 정면을 응시하고 스스로 헤쳐 나가는 ‘돌격형’이 있는가 하면 주위 사람들의 지혜를 모아 대처하길 좋아하는 ‘합리형’도 있다.
2000년을 기준으로 이전에 입사한 주요 그룹 3세들로는 이재용 부회장(45), 정의선(43) 부회장, 정용진(45) 부회장, 이부진(43) 호텔신라 사장, 조현준(45) 효성 사장, 조현식(43)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 정유경(41) 신세계 부사장, 조현아(39) 대한항공 부사장 등이 있다. 이들 중 가장 먼저 재계에 모습을 드러낸 3세 경영인은 이재용 부회장으로,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2000년 이후로는 구자은(49) LS전선 사장, 허세홍(44) GS칼텍스 부사장, 이서현(40) 제일모직 부사장, 조원태(37) 대한항공 부사장, 허윤홍(34) GS건설 상무, 김동관(30) 한화솔라원 실장 등을 포함한 대다수의 3세들이 이름을 올렸다.
재계 3세들의 평균 나이는 40세로 젊은 세대들이다. 스포츠, 와인 수집, 독서, 사진촬영 등 신세대답게 다양한 취미를 즐기며 개방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기업 고유의 승진 문화에 영향을 받겠지만 이들이 입사한 후 임원이 되기까지는 평균 4년 정도가 걸린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경영 전반을 차근차근 익히며 ‘내일의 총수’로서 역량을 쌓아가고 있다.
◇대부분 해외파… 글로벌 스타일로 진화 = 대다수의 국내 기업이 창립한 지 60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현재 우리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2세대가 창업주들이 일군 기업을 안정적으로 성장시켰다면 3세대는 글로벌 시대에 맞는 새로운 도전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3세들 대부분이 ‘해외 유학파’ 출신이라는 점은 강점으로 꼽힌다. 이들은 해외 유명 대학을 졸업하고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통해 경영에 대한 기초를 닦았다.
이재용 부회장은 일본 게이오대학교 대학원 석사를 마친 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샌프란시스코대학 MBA를 거쳤으며, 허세홍 GS칼텍스 부사장은 스탠퍼드대학 MBA를 졸업했다. 또한 구자은 LS전선 사장(시카고대학),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남가주대학) 등도 MBA 출신들이다.
해외 유명 대학에서 학부를 나온 3세 중에는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파슨스디자인스쿨),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코넬대학 호텔경영학),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시러큐스대학 경제학), 조현상 효성 부사장(브라운대학 경제학), 김동관 한화솔라원 실장(하버드대학 정치학) 등이 있다. 또 조현준 효성 사장은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조현문 효성 부사장은 하버드대학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각각 받았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무대에서 빠른 적응력을 키워 경영환경 변화에 대한 시대적인 요구를 충족하는 자질을 미리 갖추기 위해 해외 유학을 선택하는 것”이라며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낳기 위한 준비작업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