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비스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한 걸음 벗어난다. 현대중공업의 대규모 원유수송권을 따내면서 현대차그룹에 집중됐던 사업이 본격적인 다각화 물살을 탈 전망이다.
10일 현대중공업과 글로비스 등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 산하 오일뱅크는 원유수송을 전담하는 해운사로 글로비스를 선정했다.
글로비스는 지난해 12월28일 오일뱅크 싱가포르와 1조1000억원 규모의 원유 장기운송계약(CVC)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오는 2014년 7월부터 10년 간이다.
그동안 글로비스에게 ‘일감 몰아주기’는 하나의 숙제였다. 지난해 정치권은 대선을 맞아 ‘경제민주화’를 화두로 꺼냈다. 이 가운데 재벌들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가 논란이 됐다. 계열사 지원이 재벌들의 대표적인 불공정 거래라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논란에서 현대차그룹의 글로비스는 자유롭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1~3분기에 2300억~2900억원에 이르는 물류계약을 글로비스와 체결했다. 현대기아차의 신차 수송을 위해 연간 1조원 가까운 금액이 글로비스에게 흘러들어가는 셈이다.
때문에 글로비스는 현대기아차와 현대제철의 물량 의존도를 줄이고 거래선 다변화를 추구해왔다. 이 과정에서 현대중공업그룹 산하 오일뱅크의 대규모 원유수송권을 따낸 것이다.
한편,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오일뱅크와 글로비스의 원유수송 계약에 대해 미묘한 해석도 나오고 있다.
오일뱅크는 범현대가의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 계열이다. 그동안 오일뱅크의 원유 수송을 담당했던 곳은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 계열의 현대상선이다. 이와 관련해 현대중공업(정몽준)이 현대그룹(현정은)과의 사업관계를 정리하고 현대차그룹(정몽구)과 관계를 다지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현대상선과의 계약이 2014년초까지다. 그동안의 독점적 관계를 벗어나 이후 새로운 파트너를 선정한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