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 22여일만의 비대위원장 선출로, 대선 패배에 대한 원인 분석부터 계파 간 재확인된 갈등을 봉합하는 것까지 문 신임 비대위원장이 풀어야 할 당면과제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먼저 당 쇄신의 핵심과제로 ‘계파정치 타파’가 꼽힌다. 민주당은 합의추대 형식으로 비대위원장 문제를 결론지었지만, 이 과정에서 계파 간 이익에 따른 후보를 내세우며 갈등이 불거졌고 대선 패배에 따른 책임 공방이 격화된 상황이었다.
문 신임 비대위원장이 범친노(범친노무현) 인사로 분류되면서 ‘주류 독식’에 대한 비주류 측의 잠복된 불만도 당내 화합을 요원하게 한다는 지적이다.
계파 갈등 뿐 아니라 일부 초·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제기된 ‘박영선 비대위원장 카드’가 접히는 등 세대별 갈등 양상까지 보였다. 이 때문에 차기 당권투쟁 속으로 급속히 빠져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근형 윈지코리아 대표는 “비대위가 당의 변화를 주도적으로 해내야 하는데 그렇게 될 지 미지수”라며 “비대위원장 선출 방식을 두고 갈등을 노출한 민주당이 단기간에 위기를 탈출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관리형’ 비대위 선출 … 당 내홍 가라앉힐까 = 문 신임 비대위원장은 추대 직후 “정치적 사부는 김대중 전 대통령 밖에 없다. 앞으로 정치적 욕심을 부릴 연배나 야망이 없고 사심 없이 하겠다”는 발언을 했다고 회의에 참석한 신경민 의원이 전했다.
이어 문 신임 비대위원장은 “사심 없이 비대위를 꾸리겠다. 차기 전대에 나설 분들도 비대위에 함께 들어왔으면 좋겠고 최단시간 내에 전당대회를 열겠다”고 했다. 신 의원은 문 신임 비대위원장의 추대 배경에 “최다선 의원으로 하는 것이 적절하겠다. 나이도 제일 많고 해서 그렇게 결론 냈다”고 했다. 사실상 ‘관리형’ 비대위인 셈이다.
이 때문에 “관리형 비대위로 계파 갈등을 대충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당초 문 신임 비대위원장 추대는 언론 등에 언급되지 않던 카드였고, 그 역시 “아닌 밤중에 홍두깨다”라고 했을 정도였다.
실제로 3월 말 조기 전대 개최에 무게가 실리면서 비대위원장은 두 달가량의 짧은 임기를 수행하는 한정된 역할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강력한 쇄신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 상황에서 당 내홍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강경 비주류인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원만하게 당을 수습하기 위해 원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게 좋다는 얘기도 맞지만, 지금 민주당은 최선의 공격이 최선의 방어란 말이 있듯이 야당의 정체성을 확실히 할 수 있는 분이 필요하다”며 ‘관리형’ 비대위원장 추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대선 평가와 전대 준비, 당내 화합 등의 과제와 새 정부 출범에 맞설 제1 야당의 입지 굳히기도 숙제다. 산적한 과제가 대부분 계파 간 이해관계와 맞물리는 것들이어서 문 신임 비대위원장이 얼마나 당의 화합을 이끌어 낼 지 미지수라는 비판론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비대위 구성이 혁신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 구성을 두곤 객관성을 기하기 위해 외부 인사를 포함하고, 비대위 산하에 별도의 대선평가위를 구성하자는 요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