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민주통합당이 신임 원내대표 선출을 둘러싼 ‘소리 없는 전쟁’에 돌입했다.
친노(친노무현) 주류 측과 비주류 측은 계파 싸움을 의식해 표면적으로는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주류든 비주류든 대선 패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에 몸을 낮추면서도 각 계파가 미는 사람을 측면 지원해 활로를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경선이 권력 다툼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새 원내대표에게 부여된 임무는 만만치 않다. 전임 원내대표의 잔여임기(내년 5월 중순)까지 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을 겸임하며 차기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 새 정부 출범 초기 정부여당에 우호적인 여론을 딛고 4월 재보궐 선거까지 진두지휘해야 한다.
신임 원내대표의 임무가 ‘짧은 임기, 큰 부담’ 으로 요약되는 반면 비대위원장을 겸직하며 보다 많은 권한을 지니게 돼 ‘실세 원내대표’가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선 패배로 구심점을 잃은 소속 의원들을 추스르면서 신임 원내대표가 속한 계파가 막강한 힘을 얻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수도권의 한 3선 의원은 26일 “그동안 친노가 이너서클(핵심 권력집단)을 형성한다는 작태를 들었는데 이들에게 책임지는 자세를 촉구하고, 중간에서 통합할 수 있는 사람이 원내대표를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호남에 지역구를 둔 초선 의원은 “당이 친노 진영논리에 갇혀 있었는데 이를 극복하고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신임 원내대표로 누가 적합한가’라는 질문에 “개인적으로 생각한 사람이 있지만 공개적으로 표명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일각에서 경선이 아닌 ‘추대형식’으로 원내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출마 의사를 피력한 이들이 있어서 이 같은 방식이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대선 패배 책임론을 둘러싼 친노와 비노 간 책임공방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친노 핵심 참모 중 ‘3철’인 전해철 의원은 비주류 김영환 의원의 ‘친노의 잔도(棧道)를 불태우라’라는 비판 글에 대해 “당이 어렵거나 선거결과가 좋지 않을 때 객관적으로 검증 안 된 얘기를 자의적으로 말하는 건 옳지 않다”면서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표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무리하게 친노가 지도부를 임명한다거나 자제하지 않는다면 당 쇄신이 어렵다”고 맞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