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교수는 사장단회의 강연 무대에 올라 경제민주화를 위해 재벌개혁을 추진하려는 최근 정치권의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에 재벌에 대한 비판이 많아졌는데, 이같은 비판의 초점은 소위 주력업종 이외에 관련성이 적은 사업으로의 다각화, 왜곡된 소유구조라는 것.
장 교수는 “일부에선 재벌이 라면부터 미사일까지 만든다고 사업다각화를 비난하는데, 사업다각화는 대부분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도 일반적”이라며 “소위 ‘핵심역량’만 강조하면 삼성은 아직도 양복집과 설탕만 만들고 있을 것이고, 현대는 아직도 길만 트고 있었을 것”이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그러나 장 교수는 “이제 주주 자본주의의 틀에서 벗어나, ‘사회적 대타협’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대기업들의 의식 전환을 촉구했다. 국내 재벌 기업들이 역사적으로 국민의 지원 위에서 성장한 것도 사실인 만큼, 대기업도 경제민주화 논의가 왜 나왔는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고, 국민적 지원 위에서 큰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날 강연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삼성이 장 교수를 부른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재벌을 옹호한 것 아니냐”는 시선부터 시작해 “장 교수는 주주자본주의에 입각한 왜곡된 경제민주화를 반대한 것”이라는 해석까지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사실 삼성사장단 강연에서 진보인사를 초청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4·11총선 직후에는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를 초청해 ‘2040 세대와 선거’라는 주제로 총선 결과에 대한 민심 읽기에도 나섰다. 김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취임사 준비위원회 위원과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 사회언론위원, 4·11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공천심사 등을 맡은 진보성향의 인물이다.
단상에 오른 김 교수는 “돌아보면 우리사회는 어느 한쪽의 정치적 주장에 열광했다가 이내 실망하며 환멸하는 ‘열광과 환멸의 사이클’이 반복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약자보호 문제는 시대의 과제가 됐다”며 경제 지속성과 사회 지속성 간의 균형과 딜레마에 대해 역설했다.
통상 대기업들은 사회 현안에 대해 보수적 입장을 취해온 것이 사실. 반면, 진보를 통해 현실 정치에 대한 의견을 경청하는 삼성 사장단의 시도는 ‘약이 되는 것이라면 누구라도 만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한다’는 열린 소통을 방증하고 있다.
물론 사장단회의 강연이 무거운 주제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 2월에는 산악인 엄홍길씨를 통해 ‘극한의 도전’이였던 그의 산악인생을 함께 나누기도 했고, ‘나는 가수다’를 기획했던 MBC 김영희 PD와 만나 세상을 바꾸는 혁신적 아이디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