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ZTE가 중국 업체로는 처음으로 지난달 국내 시장에 스마트폰을 출시한 데 이어, 이달에는 화웨이가 태블릿 출시에 나선다. 또 스마트폰의 신흥강자로 부상한 레노버도 한국 진출을 적극적으로 타진하는 등 중국 업체의 한국행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들 중국 스마트기기는 국내 제품과 별 차이없는 첨단 사양을 제공하면서도 가격이 크게 저렴해 적잖은 시장 파급력이 예상된다. ZTE가 출시한 ‘제트폰’(모델명 V889F)은 듀얼코어 프로세서와 4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도 가격은 23만원대에 불과하다. 또 쿼드코어 프로세서와 10.1인치 IPS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화웨이의 ‘미디어패드 10 FHD 쿼드코어’도 국내에서 40만원대로 공급될 전망이다. 모두 국내 제품과 비교할 때 2~3배 저렴한 수준이다.
레노버 역시 국내 도입 제품을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가격 경쟁력이 높은 제품으로 내년 초 국내 시장에 진입할 전망이다. 레노버코리아 관계자는 “한국 시장 진출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한국 시장 상황에 맞는 경쟁력있는 스마트폰을 들여온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레노버는 중국 현지에서 1000~1500 위안(17만~26만원)대의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업체 관계자는 “올 들어 중국업체가 높은 가격경쟁력에 품질력까지 크게 높여 위협적인 것이 사실”이라며 “중국 브랜드라는 점에서 국내 시장에서 단기간에 성장하기는 어렵겠지만, 이동통신사를 거치지 않고도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단말기 자급제(블랙리스트)를 통해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들 중국 업체는 제품력과 디자인이 한층 개선되면서 올 들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지티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 3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는 4.5%(760만대)로 5위를, 레노버는 3.8%(640만대)로 8위를, ZTE는 3.6%(600만대)로 10위를 차지해 각각 순위를 높였다.
업계는 중국 업체들이 대부분 중국 현지 시장에만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같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 업체들이 북미·유럽 시장으로 판매지역을 본격 확대할 경우 자칫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노키아처럼 밀려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3분기 삼성 스마트폰의 글로벌 평균 판매가격은 422 달러 수준이지만 중국 업체들은 140~171 달러에 불과하다.
이미 중국 시장에서 한국 스마트폰은 크게 위협받고 있다.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선 1위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레노버, 쿨패드, 화웨이, ZTE 등이 수위를 차지해 현지 브랜드 점유율이 60%를 넘어섰다. 특히 레노버는 시장 진출 7개월여만에 점유율 15%를 기록, 16.7%인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했다. 가트너는 내년 중국 시장 1위는 삼성전자가 아닌 중국 업체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