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은 11일 “환율이 한 방향으로 가는 것을 상당한 우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080원선 밑으로 떨어지는 등 하락세가 가파른 데 대한 위기감을 내비친 것이다.
신 차관은 이날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추가 규제를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기준은 환율의 변동성보다는 쏠림현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기존의 거시건전성 3종 세트 이외에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외환시장에 대한 추가 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외환규제 3종세트는 선물환포지션 한도 축소,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부담금(은행세) 부과를 의미한다.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일별 기준으로 바꾸는 것과 역외차액선물환(NDF)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 등 외환시장 개입에 대해선 “그러한 방안을 포함해 모든 조치를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30원 내린 1076.70원에 장을 마쳤다. 미국이 추가 완화정책을 준비할 것이라는 기대로 사흘째 하락세를 이어가며 15개월만에 또다시 최저치를 경신했다.
신 차관은 또 이날 회의에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징후가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 미사일 징후가 보도된 이후 지금까지 환율,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등은 소폭 상승했지만 지표가 의미 있는 영향을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미사일 발사로 불안심리가 높아지면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필요하면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소집해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신 차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섀도 뱅킹(그림자 금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국내 시장 규모 등 현황을 점검하고 규제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섀도 뱅킹은 국제적으로 명확한 개념이 정립되지는 않았지만 보통 은행과 유사한 기능을 함에도 은행과 달리 엄격한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상품 등을 총칭한다. 금융상품별로 보면 자산유동화 증권, 환매조건부채권(RP), 머니마켓펀드(MMF) 등이 섀도 뱅킹 상품에 해당하며 아직은 전반적으로 위험요인이 크지는 않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날 회의에서 논의된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회사(SIFI)’에 대한 규제강화와 관련해선 “증권, 보험의 경우 국제감독기구를 중심으로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충격을 주는 SIFI에 대한 규제강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국내 대형은행에 대한 규제가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