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보험사에 증자(자본금 확충)를 주문했다. 저금리·저성장 영향으로 보험사의 자산 건전성이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위험기준 자기자본(RBC) 비율이 낮은 보험사들을 상대로 증자를 통해 RBC 비율을 200% 이상으로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RBC비율 200%를 제시한 이유는 이 수치가 방카슈랑스(은행 등에서 판매하는 보험상품)의 최저 수준이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RBC비율이 200%는 넘어야 해당 회사의 상품을 은행 고객에게 안심하고 권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RBC 비율200% 기준을 맞추지 못한 보험사는 대부분 손보사다.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롯데손보(148.5%), 흥국화재(167.1%), 한화손보(167.9%), 하이카다이렉트(177.9%), 악사손보(190.4%) 등의 RBC 비율이 낮은 편이다.
메리츠화재(187.0%)와 LIG손보(192.5%) 등 대형사의 RBC 비율도 200%에 다소 못 미친다.
금감원은 이들 손보사 가운데 롯데, 흥국, 한화 등의 증자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RBC 비율이 금감원의 권고 기준인 150%를 밑돈 롯데손보는 대규모 증자를 추진,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증자대금이 들어올 예정이다.
흥국화재와 한화손보는 당장 증자를 요구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12월 말 RBC 비율을 점검해 수치가 더 낮아지면 경영진단에 착수, 증자를 압박할 방침이다.
생보사들은 손보사에 비해 RBC비율이 그나마 높은 편이다.
RBC 비율이 6월 말 162.3%까지 낮아진 하나HSBC생명은 증자로 이 비율을 9월 말 현재 243.8%로 높였다. 현대라이프생명도 증자로 RBC 비율을 200% 위로 올렸다.
다만,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은 증자에도 RBC 비율이 171.5%에 불과해 금감원의 증자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아비바생명도 RBC 비율이 200%를 간신히 넘겨 증자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다.
금감원은 상대적으로 RBC 비율이 안전한 대형 생ㆍ손보사에 대해선 자산운용의 다변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한편 RBC 비율은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로, 비율이 낮으면 보험금 지급 능력이 떨어지는 보험사로 여겨진다. 100%를 밑돌면 당국의 적기시정조치(부실 우려에 따른 정상화 요구)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