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유상증자를 앞두고 현대그룹과 범현대가 사이에 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11~12일 양일간 1970억원 규모(1100만주)의 유상증자 구주주 청약을 실시한다. 대상은 현대엘리베이터를 비롯해 현대중공업,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주주들이다.
이번 증자는 구주주 1주당 0.06주를 배정한다. 최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24.2%)는 215만여주를 현대중공업은 146만여주를 배정받았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은 15만여주를 배정받았다.
범현대가는 현재 유상증가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범현대가의 참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현대중공업(16.4%), 현대삼호중공업(7.3%), 현대건설(7.7%)등 범현대가의 현대상선 지분율은 36.9%로 현대그룹 지분(27.7%)과 우호지분(16.7%)을 합산한 44.4%와 다소 격차가 있다.
그러나 최근 현대엘리베이터 2대 주주인 쉰들러가 제기한 현대엘리베이터 파생상품 관련 소송이 변수로 등장했다. 이번 소송에서 쉰들러가 이길 경우 범현대가에 힘이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가 NH농협증권, 대신증권 등 5개 금융회사와 체결한 파생금융계약 만기 연장과 유사계약 금지를 요구한 상태다.
업황 부진으로 현대상선 주가가 하락하면서 현대엘리베이터의 파생상품손실액이 커지자 대주주로서 현대엘리베이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현대엘리베이터가 5개 금융회사와 맺은 파생계약은 금융회사들이 현대상선과 현대증권 지분을 보유해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며 우호세력 역할을 해주면 이들 금융회사들이 현대상선 주식에 투자한 원금과 일정 금리를 보장해주는 구조다.
결국 5개 금융회사 덕분에 현대엘리베이터는 16.7%의 추가 의결권을 확보, 현대상선에 대해 안정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게됐다. 하지만 쉰들러가 승소할 경우 현대엘리베이터의 파생상품 계약이 무효화 돼 현대상선 지분율은 20% 대로 떨어진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엘리베이터가 파생상품 계약을 통해 현대상선에 대한 지배력을 높였지만 이번 소송에서 질 경우 범현대가와의 지분율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며 “이는 범현대가가 유상증자를 참여하지 않아 실권주가 발생해 이를 현대그룹이 인수한다해도 결과는 마찬가지 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엘리베이터의 현대상선 경영권 약화는 다시 범현대가와의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구주주 청약일 이후 발생한 실권주는 오는 17~18일 이틀간 일반공모 청약으로 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