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10일 진행된 새누리당 박근혜·민주통합당 문재인·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후보간 2차 TV토론회 후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박 후보가 선방했다”는 평도 있었지만 “박 후보가 밑천을 드러내 문 후보가 추격의 동력을 얻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 박근혜 선방? 문재인 호재? = 전원책 자유경제원장은 “박 후보가 재벌개혁에 있어 현실성 있는 말을 했다”면서 “양 후보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의연하게 자기 정책을 얘기하는 등 선방했다”고 박 후보에 후한 점수를 줬다.
전 원장은 문 후보에 대해선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주의적 정책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박 후보가 그간 강조해온 민생문제에 바닥을 보였다”며 “비정규직 문제 등 추상적인 민생문제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관점이 전혀 민생친화적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김 평론가는 이어 “문 후보는 박 후보와 각을 세울 땐 분명히 세웠고 두 후보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줘야 하는 포지셔닝을 무난히 소화했다”며 “박 후보와 달리 버벅거림도 거의 없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김능구 이윈컴 대표도 “박 후보를 쫓아가는 문 후보에 동력을 제공했다”며 “박 후보는 너무 피곤해하면서 토론이 빨리 끝나길 기다리는 듯 했다. 미국 닉슨 대통령도 TV토론에서 이미지 때문에 패했다”고 문 후보 손을 들어줬다.
이에 비해 신율 명지대 교수는 “토론 주제 자체가 굉장히 어렵고 후보들도 주제에 대한 인식이 짧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다들 비슷비슷했다”고 혹평했다.
◇ 이정희, 지난 토론보다 성숙? = 1차 토론당시 박 후보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이 후보에 대해선 지난번보다 비판이 덜했다.
전 원장은 “이 후보는 재벌과 박 후보에 대한 반감이 표출되긴 했지만 1차 토론에 비해선 성숙한 토론을 했다”고 했다.
김 평론가는 “전달력에서 우월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차원이 아니라 자기 선명성을 부각해 존재감을 각인하는 게 목적이라고 보면 이 후보는 전방위적인 공세로 나오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한편 김 대표는 “이 후보가 박 후보를 ‘이정희 트라우마’로 발끈하게 만들었다”며 “서로 싸우듯 해서 박 후보가 토론을 망쳤다”는 평을 내놨다.
◇ “지지율엔 변동 없을 것” = 이번 토론회는 향후 후보들의 지지율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데 전문가들 의견이 일치했다. 너무 늦게 이뤄진 데다 후보들의 결정적 실책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전 원장은 “우리 경제를 보는 시각도 다를 뿐 아니라 어차피 지지자들조차 진영논리에 빠져 후보를 보는 시각이 다르잖나”라면서 “1차 토론은 이 후보의 인신공격으로 박 후보 표가 결집되는 역설적 효과가 있었지만 이번엔 지지율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김 평론가는 “지지율에 큰 변화는 없겠지만 토론회로 대선에 대한 (젊은층의) 관심도가 끌어올라 결과적으로 야권에 득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각 후보 캠프, 서로 “우리가 잘했다” = 한편 박 후보 측은 “토론 내내 실현가능성이 높은 정책을 제시하면서 경제위기를 극복할 민생대통령 후보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면서 “이 후보의 의도적인 인격모욕성 질문에도 상황에 따라 적절히 대응함으로써 지도자다움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문 후보 측은 “박 후보는 경제무능, 복지무지의 후보임을 드러냈다”고 각을 세운 뒤 “문 후보는 경제와 일자리창출, 복지에 대한 정확한 문제의식과 깊은 식견, 차별화된 문제해결 능력을 자신감 있게 보여줬다”고 했다.
이 후보 측은 박 후보를 향해 “공공부문 정규직화 공약, 일자리정책의 허구성이 드러났다”면서 “반면 이 후보는 경제문제에 대한 해박하고 깊이 있는 식견으로 토론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