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필리핀 명문 셔우드힐스를 라운드하다

입력 2012-12-07 11:00 수정 2012-12-0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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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풍 클럽하우스 모던한 매력 돋보여

▲전체적으로 완만해 보이지만 코스 곳곳에 각종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어 전략적인 샷을 구사해야 한다.
매년 이맘때면 그곳이 생각난다. 인간의 순수 감성을 자극하는 곳, 꾸미지 않아도 아름다운 곳, 미소가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필리핀이다.

필리핀은 겨울에 여행하기 좋은 곳이다. 따뜻한 기온이 얼어붙은 감성까지 녹여주기 때문이다. 필리핀은 골퍼들의 천국이기도 하다. 연중 쾌적한 환경에서 라운드를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볼거리 먹거리도 풍성하다.

필리핀 마닐라공항에서 약 40분 거리에는 셔우드힐스 골프클럽이 있다. 탁월한 자연경관과 아기자기한 코스 레이아웃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이 골프장은 한때 세계 100대 코스로 선정, 전 세계 골퍼들에게 오래도록 사랑받고 있다.

이 골프장의 특징은 롤러코스터와 같은 아찔한 코스다. 샷 하나 하나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야 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을 지녔다. 굿샷과 미스샷에 대한 명확한 심판이 기다리고 있을 만큼 정직한 코스이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완만해서 얼핏 보면 만만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 오만함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IP지점(목표지점)과 코스 곳곳에는 각종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어 전략적인 샷을 구사하지 않으면 스코어카드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된다.

러프는 블랙홀이다. 단 한 번의 실수로 인해 공을 러프에 빠뜨렸다면 차라리 체념하고 다음 샷을 준비하는 것이 낫다. 무지막지하게 자라버린 러프 속에서 잃어버린 공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 일이다.

운 좋게 볼을 찾았다고 해도 리커버리(만회)는 쉽지 않다. 우선 과욕은 금물이다. 페어웨이에 안전하게 안착시킬 수 있는 리커버리샷에 만족하는 것이 좋다.

블랙홀과 같은 러프에 볼을 헌납했다고 해서 게임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명품코스는 명품 샷을 알아보는 법. 좋은 샷에 대해서는 그만한 보상이 뒤따른다. 미스샷에 대한 대가가 혹독했다면 굿샷에 대한 보상도 놀랄 만큼 황홀하다. 바로 그것이 셔우드힐스GC가 세계 100대 코스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이처럼 도전욕구를 부추기는 ‘까칠한 코스’는 하이레벨일수록 열광한다. 그렇다고 초보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코스는 아니다. 초보자들은 초보자 나름의 공략 루트가 있어서 순리에 맞는 플레이를 한다면 누구든 유쾌한 라운드를 즐길 수 있다.

▲스페인 풍의 클럽하우스는 꾸민 듯 꾸미지 않은 듯 소소한 매력이 특징.
골프장을 더욱 아름답게 빛내주는 것은 캐디들의 미소다. 라운드 내내 100만 불짜리 미소를 발산, 플레이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공을 찾는 솜씨도 일류다. 깊은 러프든 해저드든 가리지 않고 척척 찾아낸다. 만약 찾지 못한 공이 있다면 비슷한 공이라도 주어와 플레이어에게 부끄러운 손을 내민다. 공을 쥔 작고 까만 손이 한없이 예뻐 보인다.

스페인 풍의 클럽하우스는 그리 화려하지는 않아지만 고전적이고 모던한 매력이 일품이다. 고풍스러움이 느껴지는 내부 인테리어는 꾸민 듯 꾸미지 않은 듯 소소한 매력이 느껴진다.

한때 ‘악마의 저주’라도 받은 듯 코스 전체를 뒤덮었던 병충해로 인해 명품다움을 잃었던 이 골프장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명문 재건에 성공했다. 겨울 시즌 동안 수많은 내장객이 거쳐 가면서 코스 관리는커녕 현상유지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철저한 코스관리와 시련에 굴하지 않는 헌신적 노력으로 세계 100대 코스다운 품격을 되찾았다. 바로 그것이 셔우드힐스를 다시 찾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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