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와 정부규제 심화로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영업 실적이 악화되는 등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지휘봉을 넘겨받은 신임 대표이사들의 부담이 적지않아서다. 신세계는 자율경영에 따른 신상필벌 방침을 밝혀 실적 부진을 타개치 못할 경우 이들 역시 심판대에 설 가능성도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30일 박건현 백화점 대표와 최병렬 이마트 대표 후임으로 장재영 신세계 판매본부장(부사장)과 허인철 경영전략실장(사장)을 각각 선임했다. 인적 쇄신으로 경영난을 극복해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앞서 박건현 전 대표와 최병렬 전 대표는 지난 2010년 3월 정용진 부회장과 함께 경영 전면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하지만 이들은 취임과 때를 같이한 경기침체와 정부규제 강화로 운신의 폭이 줄었고, 결국 하차했다. 임기 3년을 거의 채웠다는 점에서 문책 인사로 보기는 그렇지만 영업실적 악화 등으로 경영진 교체설이 꾸준히 제기된 점으로 미뤄 연관성도 부인할 수 없다.
신세계는 지난해 6월 10일 신세계와 이마트로 분할 상장됐다. 재상장 첫날 신세계는 상한가를 기록하며 40만7500원을 기록한 반면, 이마트는 7.26% 떨어진 22만3500원으로 출발했다.
두 사람이 떠난 지난달 30일 신세계와 이마트 주가는 각각 20만1500원과 21만8000원을 기록했다. 신세계 주가는 재상장 이후 1년 반 동안 50.55% 떨어져 반토막났고, 이마트 주가는 2.46% 하락한 것이다. 소비는 줄고 규제는 강화된 시련기와 상당 부분 일치한다.
대표 교체 카드가 전환점이 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장 신세계 대표는 1984년 입사한 이후 일선점 점장과 영업, 마케팅을 두루 경험한 백화점통이다. 지난 2005년 12월 임원 반열에 오른 이후 고객전략본부장과 판매본부장을 역임한 지 1년만 에 대표에 올랐다. 반면 허 이마트 대표는 1986년 삼성그룹으로 입사한 후 97년부터 신세계에서 일했다. 경영지원실 상무를 거쳐 2011년 5월 경영전략실 부사장과 같은해 12월 사장을 역임했다.
5일 증권가에서는 이번 인사를 정 부회장 측근체제 강화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업황을 타는 특성상 대표 교체로 당장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업황으로만 보면 백화점은 소비심리 회복에 따라 바닥을 찍었지만 이마트는 정부규제의 틀 속에 갇혀 있어 불확실하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대표 교체는 경영 외적인 요소가 가미돼 있기 때문에 당장 그 효과를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며 “펀더멘털 측면에서 백화점은 개선 추세지만 이마트는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