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보다 실리" 재팬드림을 꿈꾸는 한국골퍼들

입력 2012-12-03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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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상금규모 美와 동급… 거리·날씨·문화 이질감 없어

▲올 시즌 KLPGA투어는 22개 대회가 열리면서 인기 고공행진을 이어갔지만 여전히 해외로 떠나는 선수들이 많다. 최근에는 일본 무대 진출을 준비하는 선수들이 크게 늘었다. 사진은 지난 2일 끝난 한?일 여자프로골프대항전 경기 장면. (사진=KLPGA)
올 시즌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는 한국선수들의 ‘돈잔치’로 막을 내렸다.

전미정(30·진로재팬)과 이보미(24·정관장)가 상금랭킹 1, 2위를 차지하는 등 톱10에 무려 5명의 선수가 이름을 올렸다. 35개 대회 중 16개 대회에서 우승해 50%에 육박하는 승률(45.7%)을 기록, 상금으로만 8억4469만엔(약 111억원)을 획득했다. 한국선수들이 역대 JLPGA투어에서 1년간 획득한 가장 많은 상금이다. 특히 전미정은 3년 연속 한국선수 상금왕 위업을 달성했다.

이처럼 일본무대에서 한국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아메리칸드림’을 포기하고 일찌감치 ‘재팬드림’을 꿈꾸는 선수들이 크게 늘었다. JLPGA투어 코리아낭자군의 맏언니 이지희(33) 프로는 “JLPGA투어는 대회 수와 상금규모, 투어 시스템 등 모든 면에서 한국선수들이 활동하기에 적합하다”며 “더 많은 후배 선수들이 일본 무대에 진출해 함께 플레이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JLPGA투어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못지않게 매력적인 요소가 많다. 우선 거리적으로 가깝다. 비행시간 1~2시간이면 도착하기 때문에 당일 또는 1박2일 일정으로 일시 귀국이 가능하다. 따라서 시즌 중 갑작스러운 부상과 슬럼프, 스폰서와의 마찰 시 신속한 문재해결을 할 수 있다.

문화적 이질감도 없다. 거리가 가까운 만큼 날씨·환경·문화적 이질감이 거의 없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다는 게 JLPGA투어 경험자들의 말이다. 무엇보다 대회 수와 상금규모가 미국 못지않다. 올 시즌 JLPGA투어는 LPGA투어 미즈노 클래식을 포함해 총 35개 대회가 열렸고, 상금총액은 30억7200만엔(약 400억원)이다.

올 시즌 28개 대회, 4772만달러(약 517억원) 규모로 치러진 미LPGA투어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반면 인기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스폰서 풍년을 맞이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올해 22개 대회가 치러졌지만 총상금 규모는 100억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특히 스폰서 난에 시달리고 있는 남자선수들에게는 해외 진출이 절실하다.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모든 경기에 출전해도 13개 대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아시아투어와 유러피언투어를 제외하면 중하위권 선수들이 참가할 수 있는 대회는 10개도 넘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미국·일본 따질 처지가 아니다. 따라서 ‘바늘구멍’과 비유되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대신 처음부터 일본프로골프투어(JGTO)를 목표로 훈련하는 선수도 적지 않다.

미국에 비해 골프장 간 이동거리가 짧다는 것도 장점이다. 미국은 대회장 간 거리가 길어 매 대회마다 장시간 이동해야 한다. 피로 누적은 물론 교통비 지출 부담이 적지 않다. 결국 낯선 환경과 피로 누적, 경제적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아메리칸드림’을 포기하는 선수들이 많다.

그렇다고 일본 무대를 만만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재팬드림’을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것이 의외로 많다. 우선 언어 장벽을 극복해야 한다. 해외 진출 시 대부분의 선수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이 바로 의사소통이다. 올 시즌 JLPGA투어 상금왕 전미정(30·진로재팬) 프로는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정보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투어 생활 자체가 어려워진다”며 “기술 연습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언어적인 문제해결이 앞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 프로는 또 “일본 진출 후 적응하면서 배우겠다는 생각은 금물”이라며 “체력훈련, 일본어 공부 등 일본 무대에서 필요로 하는 것들을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재팬드림’의 지름길”이라고 덧붙였다.

코스 적응도 ‘재팬드림’에 있어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 일본 골프장은 과거에 비해 코스 전장이 길어졌다. 지금은 미국과 비교해도 전장 차이가 거의 없다. 따라서 국내보다 멀리 보내는 스윙은 필수가 됐다. 강한 바람과 긴 러프를 대비한 플레이도 중요하다. 올 시즌 JLPGA투어 니치레이 레이디스 골프대회에서 2년 만의 우승을 차지한 신현주(32) 프로는 “바람을 이길 수 있는 강한 탄도의 샷을 구사해야 한다”며 “멀리 날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페어웨이 안착률을 높이는 것도 스코어 관리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기술과 언어적인 문제 못지않게 강조되는 것은 자기관리다. 지난 2005년 JLPGA투어 프로미스 레이디스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구윤희(30·우리투자증권) 프로는 “부모와 떨어져 혼자 생활하다 보면 훈련을 게을리 하거나 자기관리에 소홀해지는 경우가 많다”며 “초심을 잃지 않는 정신력과 자기관리가 해외 무대의 성패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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