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박 후보의 10대 공약 중 첫 번째는 ‘경제민주화’다. 우리 경제가 효율성을 강조하고 공공성을 간과하면서 발생한 여러 부작용을 해결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 후보는 경제민주화 공약에서 출총제 부활을 약속하지 않았다. 대신에 공정거래 관련법 집행체계의 획기적인 개선을 약속했다. 출총제는 실효성이 없고 대기업 투자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올 초 “출총제 폐지의 장점은 살리지만 (대주주의 사익이) 남용되는 부분은 공정거래법을 강화하거나 출총제를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출총제 부활보다 공정거래법 강화를 택한 것으로 비쳐진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박 후보는 출총제의 부활이 꼭 필요하지는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최종 공약집은 다음 주말에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출총제가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막는데 효과가 없다는 데 대체로 수긍한다. 출총제를 부활했을 때 기대한 만큼 효과가 적기 때문에 박 후보의 공약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더욱이 출총제가 부활하면 기업경영에 혼란만 부채질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문 후보는 출총제를 도입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10대 공약 중 경제민주화 항목에 재벌의 소유구조와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10대기업, 순자산의 30% 한도’로 출자를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영주 의원은 10대 그룹 집단이 순자산의 30% 이상을 다른 회사 주식 취득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같은 당 김기식 의원도 30대 그룹이 25% 이상의 주식 취득을 금지하는 법을 발의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출총제가 재벌에 집중되는 경제력을 억제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상징성은 있지만 지난 15년간 폐지와 부활을 반복해 온 만큼 다시 도마에 오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출총제 도입 당시 기업의 출자를 제한하다 보니 투자가 위축되면서 예외 조항만 늘어난 결과,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즉, 정부가 출총제를 시행했으나 공무원들이 만드는 예외 조항이 기업 현실과 맞지 않아 효과가 낮아져 폐지됐다는 설명이다.
한편 출총제는 지난 1987년 기업의 경제력 집중과 문어발식 확장을 막자는 취지로 처음 도입됐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직후인 1998년 2월 폐지됐다가 2001년 4월 다시 시행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 금산분리와 함께 ‘기업 프렌들리’를 저해하는 대표적 ‘악법’으로 분류돼 2009년 다시 폐지된 상태다.
◇도움말 주신 분 = 곽관훈 선문대 법학과 교수,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채수찬 카이스트 경영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