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출자 제도는 기업의 경영권과 직결돼 있다. 이 제도가 겉으로는 재벌개혁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처럼 비쳐지지만 현실에서는 실효성이 적고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 기업에게는 경영권 방어 수단이 필요하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순환출자에 대해 서로 다른 처방전을 내놓았다.
박 후보는 대기업 순환출자를 소급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박 후보는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까지 제한한다면 기업이 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경영권 방어에 들어갈 막대한 비용(최대 수십조원)을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쓰도록 하는 것이 국민경제에 더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하려면 경영권 방어에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이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박 후보의 공약처럼 신규순환출자만 금지할 경우 기득권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기존에 순환출자를 해 오던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에 불평등이 발생함으로써 특정 재벌의 집중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기업의 순환출자 목적이 신사업 진출일 때가 많은데, 순환출자를 금지하면 신시장 개척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현재 경기침체로 투자가 부진한 상황에서 투자를 위축시켜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반면 문 후보는 신규순환출자 금지와 함께 기존 순환출자도 3년간 유예기간을 둬 자율적으로 해소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재벌그룹이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해당 순환출자분의 의결권을 제한하고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문 후보는 “재벌의 소유지배구조는 소수의 지배력을 유지하며 편법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는 수단”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문 후보의 공약처럼 기존의 순환출자를 규제하면 경영권 위협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또 외부 우호세력을 통해 주식을 간접 보유하는 편법도 예상된다. 지배관계가 드러나지 않게 되면서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기존 순환출자를 3년 내 해소하라는 것도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순환출자를 단기간에 해소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장밋빛 공약’이라는 얘기다. 순환출자 금지를 시행하려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도움말 주신 분 = 곽관훈 선문대 법학과 교수,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조철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 채수찬 카이스트 경영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