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21일 앞두고 지지하는 후보 없이 길을 잃은 유권자, 즉 부동층이 무려 10~20%에 달한다. 전체 유권자 수가 4050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부동층이 최대 810만명에 달한다는 계산이다. 이에 따라 이번 대선의 향배는 부동층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안철수 전 후보의 사퇴 이후 그의 지지자 중 50%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게 이동했고, 나머지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부동층으로 각각 절반씩 이탈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박 후보와 문 후보의 지지율 차이가 오차범위를 크게 벗어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부동층을 끌어오는 것이 대선 필승 전략이라는 게 두 후보 측의 판단이다.
28일 전문가들은 과거 부동층은 ‘선거 무관심층’이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의 부동층은 기성정치를 혐오해 안 후보를 지지했던 ‘비(非) 박근혜’ ‘비 문재인’ 세력이 많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40대가 아닌 개성이 강한 20~30대가 많다는 것도 특징이다.
각 당의 선거 전략도 이런 부동층의 성격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2030세대의 표심을 얻기 위해 당내 젊은 정치인을 전면에 내세우고, 특히 안 전 후보가 갖고 있던 표를 흡수하기 위한 ‘안철수 끌어안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새누리당은 안 후보의 정책 중 일부를 대선 공약으로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공약기구인 국민행복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안 후보 정책이 우리와 상당히 비슷하고 일부 좋은 아이디어는 박 후보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은 안 전 후보의 정치쇄신안에 대해 “(박 후보와) 70~80%가 비슷한 방향”이라며 “국회의원 세비 심의회나 국회 감사원 감사 청구 등은 충분히 받아들일 문제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는 전날 대전역 광장에서 열린 박 후보 지원유세에서 “문 후보는 정치에 처음 나온, 순진한 안 전 후보를 슬슬 구슬리다가 결국 벼랑에 몰아서 낭떠러지에 떨어지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안 전 후보와 문 후보 간 거리를 벌려놓기 위한 발언이다.
민주당은 안 전 후보가 단일화 과정에서 입었던 상처를 치유해주기 위해 안 전 후보에 최대한 예우를 갖추고 전 캠프 관계자들을 포용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임찬규 부대변인은 “‘새정치 국민연대’를 통해 진보를 비롯한 안철수 지지자층, 그리고 더 나아가 합리적 보수층까지 아우르는 선거를 만들어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고 그러한 준비가 물밑에서 착실하게 준비 중에 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문 후보 캠프 선대위원장단이 모두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동시에 안 전 후보의 선거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문 후보와 안 후보 간 회동을 추진하기 위한 물밑작업이 한창 진행 중에 있다. 이목희 기획본부장은 “안 후보의 지지층을 통합하는 중요 메시지 중 하나는 정권교체”라며 “가능하면 (회동이) 빨리 추진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박 후보의 지지율이 소폭 상승해 문 후보를 오차 범위 밖에서 제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리얼미터와 JTBC가 26~27일 전국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의 지지율은 48.5%로, 42.2%를 얻은 문 후보를 6.3%p 앞섰다. 박 후보는 같은 기관의 직전(24~25일) 조사 때보다 3.1%p 상승했고, 문 후보는 1.6%p 하락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p)
신율 명지대 교수는 “후보들이 큰 실수만 하지 않으면 이번 주말에 나올 여론조사 결과와 여론조사가 가능한 대선 일주일 전 결과는 차이가 날 가능성이 적다”며 이번 주말이 대선 판세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