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해방)광장에 수만 명이 모여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의 권한 강화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시위는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취임한 지 5개월 만에 가장 큰 시위 규모라고 통신은 전했다.
광장에 운집한 시위대는 경찰과 충돌했으며 사방에서 돌과 최루탄이 오갔다.
47세의 회계사인 한 시민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무르시에게 독재자는 절대 이집트를 통치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 타흐리르광장에 왔다”고 말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우리는 떠나지 않을 것이고 무르시가 떠날 것이다”“우리는 이 정권이 물러나기를 바란다”는 구호를 외쳐 지난해 호스니 무라바크 전 대통령이 축출될 당시를 떠올리게 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날 시위 도중 한 참가자가 최루가스 흡입으로 인한 호흡곤란으로 카이로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앞서 지난 25일 나일 델타시의 다만후르에서는 무르시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무슬림형제단 사무실을 시위대가 공격하는 과정에서 15세 소년이 사망했다.
카이로에서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새총에 머리를 맞은 소년도 25일 숨졌다.
이에 무르시 대통령 반대 시위 사망자는 3명으로 늘어났다.
앞서 무르시 대통령은 사법기관의 의회 해산권을 제한하고 대통령의 법령과 선언문이 최고 효력을 갖는다는 내용의 새 헌법 선언문을 발표했다.
야권을 이끄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무르시가 이집트의 새 파라오가 되려 한다”고 비판했다.
무르시 대통령은 전날 최고사법위원회 대표와의 회동에서 “새 헌법 선언문은 주권에 관련된 사안에만 한시적으로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야권과 자유주의자들은 무르시 대통령과 무슬림형제단이 이슬람근본주의를 강화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한편 무슬림형제단도 이날 무르시 지지시위를 계획했으나 이를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