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헌법 선언문을 발표한데 따른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25일(현지시간) 무르시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대와 경찰이 다시 충돌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카이로 타흐리르(해방)광장에 모인 수천 명의 시위대는 돌을 던지며 시위를 벌였고 경찰은 최루탄을 쏘면서 강력히 이를 진압했다.
CNN은 이날 충돌로 260여 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05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며 야권을 이끄는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시위대에 대한 경찰의 잔혹한 진압은 전혀 줄지 않았다”며 “호스니 무바라크 시대의 억압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정부 시위대가 오는 27일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고 친정부 지지자들도 이날 시위에 나설 예정이어서 양 시위대간 유혈충돌 불안도 고조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집트 관영 MENA통신은 또 많은 판사와 검사들이 대통령의 헌법 선언문에 반발해 일을 중단하고 시위에 나섰다고 전했다.
이집트 대법원은 성명에서 “헌법 선언문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전례없는 공격”이라고 밝혔다.
앞서 무르시 대통령은 지난 23일 사법기구가 의회 해산 명령을 내릴 수 없으며 대통령이 발표하는 법령과 선언문 등이 최종적인 효력을 갖는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헌법 선언문을 발표해 정국을 혼란에 빠뜨렸다.
무르시 대통령의 무슬림형제단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으며 사법기관은 이슬람 근본주의를 경계하는 인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무르시 대통령에 대한 견제를 봉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영국 더럼대의 중동 전문가인 카릴 알-아나니는 “헌법 선언문은 치명적인 실수”라며 “무르시는 진정한 혼란과 함께 정치적 출구가 보이지 않는 교착상태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집트는 정치적 혼란에 경제적으로도 막대한 타격을 받고 있다.
이집트증시 EGX30지수는 이날 9.6% 폭락했다. 이는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큰 하락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0일 이집트에 48억 달러어치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예비결정했으나 이집트의 민주화 진전이 어려워지면 이런 지원도 불확실해진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