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가 두달 넘게 지속되자 본격적으로 환율 대응에 나설 태세다. 수출 기업들의 채산성을 위협하는 1080원선에 다가서자, 사실상‘환율 방어’에 돌입한 것이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22일 “최근 원화가 계속 강세로 갈 것이라는 기대로 수출입업체에서 결제를 미루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이러한 현상을 부추기는 일부 딜러들도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쏠림현상이 심화될 경우 정부는 소임을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거시건전성 규제 조치를 강화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 차관보는 또 “최근 실시한 외국환은행에 대한 특별 외환 공동검사 결과를 보고 선물환포지션 한도 조정 같은 것(거시건전성 규제 강화)에 대해 다음주 중이라도 결론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고 덧붙였다.
2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7원 내린 1081.5원에 출발했다. 환율이 수출마진 확보 마지노선인 1080원을 향해 가파르게 하락하자 다급해진 정부가 시급히 대응에 나선 것이다.
특히 일본 정부의 “일본은행의 윤전기를 돌려 무제한 돈을 찍어 내겠다”는 구두발언이 전해지면서 양적완화 우려도 커져 수출기업들의 부담감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전날 환율은 전일 종가와 같은 1082.2원에서 출발했지만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환율 발언’의 강도를 높이자 1.0원 오른 1083.2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박 장관은 21일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최근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외 금융ㆍ외환시장 동향을 모니터링하면서 상황 전개에 따라 필요하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종전보다 구두개입 수위를 한층 높였다.‘필요하다면’이란 단서가 붙기는 했지만 조치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외환 시장에 직접 칼을 빼들 가능성도 더욱 커졌다.
정부가 환율방어에 적극 나설 경우 현재 거시건전성 3종 세트 중 은행의 선물환 포지션을 강화하고 외환건전성 부담금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유력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물환 포지션 한도는 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선물환 보유액 비율을 말한다.
현재 외국은행 국내지점 200%, 국내은행 40%다. 이를 각각 150%, 30%로 낮추면 국내 시장에 달러 공급을 당장 줄일 수 있다. 여기에 은행의 비(非)예금성 외화부채에 계약만기별로 부담금을 차등부과하는 외환건전성 부담금 강화책도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