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선거자금 마련을 위해 띄운 안철수펀드가 사실상 실패했다.
안철수펀드는 지난 13일 출시, 32시간만에 100억원을 돌파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21일 오후6시 현재 132억 2383만원에 그쳐 목표액 280억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상태다.
단일화 경쟁자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지난달 담쟁이펀드를 출시한 지 56시간 만에 목표액 200억원을 모은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안철수펀드의 실패는 지난주 입길에 오른 ‘안철수 양보론’이 주요원인이라는 것이 캠프 측 분석이다. 안 후보 측은 지난 14일 민주당 측에서 흘러나온 양보론에 강력 반발, 닷새간 단일화협상을 중단하면서 하향곡선이 이어졌다.
캠프 한 관계자는 “양보한다면서 왜 펀드를 모집하느냐는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면서 “환불하겠다는 분들, 약정에서 유보로 마음을 돌린 분들도 많았다”고 전했다.
안 후보의 ‘부자이미지’도 펀드 실적부진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 ‘교수, CEO출신으로 부자인 안 후보가 왜 펀드를 만드느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 것.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강용석 전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돈도 많은 안 후보가 펀드를 만드는 건 생쑈”라면서 “심지어 안 후보는 재산도 공개한 적이 없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캠프 관계자도 “안 후보 내외가 교수 출신이니 돈이 많을 것이라 생각해서 지지자들이 적극적으로 펀드에 참여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고 했다.
27억원(법정선거비용 560억원의 5%)까지 모을 수 있는 후원금이 현재 4억5000억원 정도에 머무르고 있는 점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여기에 안 후보 측은 펀드를 띄우는 시기에서도 패착을 뒀다. 지지층이 겹치는 문 후보가 지난달 먼저 출시, 태생적으로 일정 부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안 후보가 단일화의사를 밝힌 뒤 출시됐다는 점에서 펀드모금이 단일화 이슈에 묻힐 건 어느 정도 예견됐던 바다.
다만 하향곡선을 이어가던 안철수펀드는 최근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캠프 측은 협상과정에서 문 후보의 ‘통큰 양보’가 보이지 않았다는 점, 위기의식으로 인한 지지층 결집 등을 그 이유로 꼽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번주까지 목표액을 모을 순 없을 것 같다”면서도 “단일후보 선출 후엔 모금실적이 눈에 띄게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