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1억 관객 시대의 성과와 과제

입력 2012-11-20 08:55 수정 2012-11-20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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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가도 한국영화의 의미와 과제는?

한국영화사에 의미 있는 새로운 기록이 수립된다. 연간 한국영화 관객 1억명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19일 현재 한국영화 관객수는 9980만6633명으로 20일 1억 명 관객 돌파가 확실시된다. 한해 한국영화 관객 1억명 돌파는 한국영화 사상 처음 있는 일로 그동안 최다관객기록은 지난 2006년 9791만명이었다. 한국영화 관객 연간 1억명을 돌파한 것은 국민 1인당 2회 한국영화를 관람한 것이며 200%에 달하는 인구대비 자국 영화 관람비율은 영국(99%), 일본(49%)독일(35%) 프랑스(35%) 등을 크게 앞선다.

침체를 거듭하던 한국 영화는 올초 만해도 한국 영화사상 최고의 제작비 280억원을 들인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가 흥행참패를 하면서 나락으로 추락하는 듯 보였지만 엄정화의 ‘댄싱퀸’이 400만명 관객을 돌파하고, 저예산(5억원) 영화지만 안성기의 열연이 빛난 ‘부러진 화살’이 관객 346만명을 동원하면서 한국영화의 흥행 전조가 보였다. 이어 ‘건축학 개론’이 한국 멜로영화 최고 관객기록(411만명)을 세웠고, 성수기로 불리는 여름 극장가에 할리우드영화의 대공세에도 불구하고 ‘연가시’가 할리우드 대작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 밀리지 않으며 451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특히 ‘도둑들’이 ‘다크나이트’를 넘어서며 1,302만명을 기록하며 한국영화 흥행 행진이 이어지며 한국영화 관객 1억명시대에 기대감을 높였다. 하반기에도‘광해, 왕이 된 남자’가 ‘도둑들’에 이어 1000만관객 돌파를 하고 송중기 주연의 ‘늑대소년’이 500만명을 돌파하며‘건축학 개론’의 한국 멜로영화 최다관객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한국영화 흥행고조가 지속됐다. 한국영화사상 처음으로 7,8,9,10월 4개월 연속 1000만관객을 돌파하고 2편의 1000만 돌파를 포함해 9편의 400만기록 영화의 등장에 힘입어 20일 1억명 관객을 수립하며 100여년의 한국 영화사에 새로운 기록을 세운 것이다.

한국영화가 처음으로 1억명 관객시대를 열며 흥행에 성공한 이유는 무엇일까. 할리우드 영화가 따라올수 없는 우리 관객의 정서와 입맛에 맞는 다양한 내러티브와 장르, 소재, 형식, 완성도의 한국 영화가 관객층의 호응을 유도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올 들어 상영된 한국 영화들이 재미(‘도둑들’‘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내 아내의 모든 것’), 의미(‘부러진 화살’), 완성도(‘광해, 왕이 된 남자’), 명확한 타깃(‘건축학 개론’‘댄싱퀸’), 19금 파격(‘은교’‘후궁’) 등 관객의 소구점이 뚜렷해 많은 관객을 동원할 수 있었다. 근래 들어 ‘마이웨이’ 장동건 등 수많은 스타들이 흥행부도 수표로 전락했다. 하지만 올들어서 김윤석 김혜수 안성기 차태현 이병헌 등 스타들이 강력한 흥행파워를 발휘한 것도 올들어 한국 영화 관객동원 성공에 큰 힘이 됐다. 여기에 ‘도둑들’과 ‘광해, 왕이 된 남자’처럼 배급사들이 1000여개 안팎의 스크린수를 차지하며 대대적인 물량공세를 펼친 점도 한국 영화의 선전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리고 성수기 비수기로 구분이 없어지고 한국영화 보기의 일상화가 이뤄진데다 10~20대 위주의 관객층에서 30~50대로 관객층 확대 등도 한국영화 관객 1억명 시대를 연 것이다.

한국 영화 관객 1억명시대의 화려한 성과 앞에는 어두운 이면도 자리하고 있다. “‘피에타’가 교차 상영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어떤 영화(‘도둑들’)는 기록을 깨기 위해 여전히 스크린을 장악하고 있다. (대형 배급사와 투자사의) 다양한 마케팅에 스크린 독점 등 편법이 난무하는 불리한 게임이 펼쳐지고 있다”는 김기덕 감독의 날선 비판과 “2009년 영화 제작 스태프들의 평균 연봉이 623만원이었는데, 흥행대박이 이어지고 있는 2012년 올해 평균 연봉이 더 떨어지는 등 근무조건이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한 영화 스태프의 한탄이 한국영화 관객 1억명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를 대변해준다. 특정 투자사와 배급사의 독점 심화와 과실의 독식, 상업화의 심화로 인한 저예산 독립영화, 작은 영화, 의미 있는 작품 고사 등 다양성의 위축 등을 1억 관객시대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한국영화가 지속적으로 관객의 사랑을 받으려면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해야한다. “한국영화가 잘된다고 할 때 항상 하락이 왔다. 대기업 위주로 한국영화가 움직이고 있어 한때 힘을 발했던 중소배급사의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대형 영화가 아닌 아닌 작고 알찬 다양한 영화가 한국영화 시장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져온다”는 수많은 영화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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