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지난 2008년 출범 초기부터 공공기관 효율성 제고와 서비스 질 향상을 기치로 내걸고 공기업 민영화에 강한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해 온 인천공항 지분 매각, 산은금융지주 민영화 등은 정치권의 반대와 우량 공기업 매각에 대한 국민 반감에 시작도 못한 채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다.
지난 8월 정부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반대에 부딪힌 ‘인천공항 지분 매각을 위한 법 개정안’을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 여야 모두 반대하는 데다 준비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임기말 레임덕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정부 부처 간 이견도 좁히지 못했다. 당초 기획재정부는 지분매각 관련 개정안을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었지만 주무부서인 국토해양부는 여야 반대로 지분매각 자체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어서 개정안을 제출하지 않는다는 뜻을 비쳤다.
기업은행·산업은행 등 금융기관의 민영화도 현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정책과제였다. 하지만 산은금융 지분을 민간에 매각하기 위한 필수조건인 정부의 지급보증안에 대해 국회가 동의를 거부하면서 사실상 연내 기업공개(IOP)는 불가능해졌다. 특히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 침체를 고려할 때 대형 은행들의 동반 매각은 쉽지 않은 과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초 국정감사에서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동의해 준다 해도 채권사 동의절차, 상장사 심사를 거치면 내년 7월에야 IPO를 할 수 있을 것”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결국 산업은행 민영화 과제는 다음 정부로 넘어갔지만 대선 유력 후보 3명 모두 여기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어 차기 정부에서조차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기업은행의 경우 현실성이 없는 낮은 매각 가격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내년 세입 예산안에서 기업은행 지분매각대금으로 5조1000억원을 편성했다. 정부가 보유한 기업은행 주식 3억7000만주를 모두 매각하는 것을 전제할 경우 주당 매각 단가는 1만5800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유럽 재정위기 확산에 따른 금융시장 부진으로 기업은행 주가는 8일 현재 1만2000원 수준에 그쳐 예상 매각단가와 주가가 주당 3000원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어 매각이 실현될 지 미지수다.
상황이 이런 데도 정부는 지난 3년 간 이들 3개 공기업에 대한 보유지분 매각대금을 예산으로 편성해 과다계상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정부는 2006년 기업은행 지분 일부 매각 계획을 시작으로 산업은행과 인천공항공사 등의 매각계획을 예산안에 반영해 왔지만 지난해 결산 시점까지 지분 매각 실적은 전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