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의 현주소]민영화 3년 국립중앙의료원 현주소…"국립중앙의료원이 민간 병원 선도해야"

입력 2012-11-0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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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원 바탕으로 효과적인 진료 모델 만들어야

전문가들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공공의료를 바로 세우기 위해 정부의 의료정책 기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정부가 공공의료의 허브 역할을 해야 하는 국립중앙의료원에 대해 실질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며 표준진료지침 등을 만들어 민간 병원을 선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리나라는 민간 부문에서 보유하고 있는 병상수가 전체의 92%에 달한다. 의료보장을 사적 의료시장에 맡겼다는 미국도 민간 병상의 비율이 20~30%에 이르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민간의료자원 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이같이 공공의료가 취약하게 된 데는 역사적 배경이 존재한다. 해방 이후 정부는 돈이 많이 드는 진료사업보다는 전염병 관리에 주력했고 일반 환자 진료는 민간 의료 기관에 맡겼다.

공공병상은 주로 한센병, 결핵 등 특수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과 경찰, 군인, 국가유공자 등을 주로 진료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의료시장의 부작용에 대해 규제를 해야 할 보건복지부는 2000년 의약분업 제도를 시행했다가 의료계의 반발로 큰 홍역을 치르고 나서 소극적 행보를 보였다. 보험급여가 안 되는 비급여 영역이 계속 확대되고 있는데도 규제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민간 의료 시장에서 비급여 진료 등으로 인한 돈벌이 경쟁이 가열되면서 공공의료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면서 “국립중앙의료원이 표준진료지침 등 기준을 만들어 민간 병원을 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구 복지소사이어티 대표는 “국립중앙의료원을 확대·개편해 전국의 공공보건기관과 의료기관을 연계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정보교류를 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의 임무가 주어져야 한다”0고 주장했다.

이어 “국립중앙의료원이 비용을 적게 들이고 효과적으로 진료하는 모델을 만들어 전파하고 교육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또 하나의 병원으로서의 역할만 가지고는 국립중앙의료원 이름을 붙일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국립중앙의료원이 2만 병상이 넘는 공공병원에 대한 재교육과 의료 서비스 질관리를 담당하고 표준진료지침을 먼저 도입해 효과가 높으면 민간 병원이 따라오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권용진 서울의대 의료정책실 교수는 “공공 병원 운영의 핵심은 근무하는 의사들에 대한 대우를 민간보다는 못하더라도 안정적으로 해줘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보장은 국민연금이 전부이고 월급을 조금 주면 누가 근무를 하고 싶겠나”고 반문했다. 결국 인센티브 구조를 만들어 좋은 인력을 확보하고 의료 서비스 질을 높여야 한다는 것.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후보 모두 건강보험 보장률 목표치를 80% 이상으로 제시했으며 보장성을 강화하고 지역 공공병원 및 시설 확충을 통해 의료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또 3대 비급여인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에 대한 급여화에도 모두 동의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공공의료 확충 방안이나 재원마련 등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보장성 수준을 높이는 것과 함께 지출 구조를 손보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암에 대한 보장성을 높인다 하더라도 필요 없는 진료를 붙여서 의료비가 상승하면 문제이기 때문에 국가가 보장성을 확대해주는 것이 낭비가 되지 않으려면 공공병원이 일정부분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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