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스포츠가 활성화된 국내에서 에이전트는 분명 하나의 직종이다. 야구, 농구, 배구는 특별한 자격 조건이 없다. 하지만 축구는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의 공인된 시험을 통과한 공인 에이전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FIFA 공인 에이전트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이적에도 관여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실제로 가장 많은 에이전트가 활동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축구다.
이른바 ‘4대 프로스포츠’가 자리를 잡으면서 외형상 국내 스포츠 시장이 커보이지만 사실 시장 자체가 그리 크진 않다. 실제 에이전트가 국내 선수들의 이적에도 개입할 수 있는 종목은 축구가 유일하다. 나머지는 외국인 선수의 영입에만 치중하고 있다.
현행 국내 스포츠 에이전트 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영세성’이다. 무조건 규모가 크다고 해서 좋은 에이전시로 볼 수는 없다. 하지만 홀로 활동하는 이른바 ‘나홀로 에이전트’로부터 선수가 최상의 편의를 제공받기란 상식적으로도 쉽지 않다. 물론 에이전트의 업무 중 가장 중요한 계약 관계를 담당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외국과 달리 선수와 밀착해 일거수일투족에 신경 쓰는 한국적인 관행에서는 나홀로 에이전트가 선수들의 만족도를 채워주긴 힘들다.
또 하나의 문제는 공인 에이전트가 발붙이기 힘든 구조다. 현재 국내에서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는 공인 에이전트는 62명(2012년 10월 31일 현재)이다. 공인 에이전트가 되기 위해서는 FIFA가 주관하는 시험을 통과한 뒤 연간 약 100만원에 달하는 보험료를 내야만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물론 선수의 직계가족이나 현직 변호사의 경우 자격을 얻기도 한다. 하지만 62명 중 실제로 활발하게 활동중인 공인 에이전트는 10명 내외에 불과하다는 점은 편중 현상을 잘 설명해 준다.
자격증이 있어도 구단과의 인맥을 이용해 기득권을 가진 무자격 에이전트들이 이적에 관여하고 계약 체결시에만 공인 에이전트가 사인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문제다. 때문에 새롭게 공인 에이전트의 길에 접어든 사람은 기존의 구단-특정 에이전트의 유착 관계를 깨지 못한 채 꿈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공인 에이전트 자격을 유지할 방법은 일종의 자격증 대여 뿐이다.
외국인 선수들의 수입 과정에서 더 많은 이득을 취하기 위해 선수의 몸값 자체를 부풀려 부당 이득을 취하는 사례도 있다. 한국남자배구대표팀의 박기원 감독은 “이 참에 배구계에도 공식적으로 협회 지정 에이전트 제도를 도입해 외국인 선수의 수입 과정을 해당 에이전트를 통해서만 하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검증된 에이전트에게 일정한 수수료를 지급해 수입을 보장해 줄 경우 선수 몸값을 부풀리는 행위는 사라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에이전트가 되는 길은 막막하지만 실제로 에이전트 시장은 포화 상태다. 에이전트의 세계를 다룬 영화 ‘제리 맥과이어’에서처럼 감성적인 부분을 기대할 수도 없을 뿐더러 남의 것을 빼앗는 것은 물론 빼앗기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강하다. 일을 통해 보람을 느끼는 에이전트도 물론 있지만 결코 쉽지 않은 길이다. 일확천금과는 거리가 먼 일이라는 점은 반드시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