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외교·정치도 “싸이는 딱 내 스타일”

입력 2012-10-2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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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외교·정치도 이제는 가수 싸이(35·본명 박재상) 없이는 논할 수 없게 됐다. 영국 싱글차트 정복에 이어 4주 연속 미국 빌보드 차트 2위에 오른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은 유튜브 조회 수 5억회를 돌파하며 세계적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되자 싸이의 영향력은 대중문화계뿐 아니라 사회 각 분야로 뻗어나가고 있다. 해외 석학은 물론 경제부처 고위 관리들도 싸이를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나라 정책을 논하는 엄숙한 자리에서 ‘B급 문화’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싸이가 성공 사례로 언급되고 있는 것이다. 또 싸이의 인기를 활용해 외교적 목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대선으로 한창인 정치권도 예외가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최대 과제로 지목되지만 이번 정권 말에도 지지부진한 서비스산업 선진화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미국의 저명 석학인 스캇 스턴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영대학원 교수는 싸이를 모범 혁신 사례로 들었다.

그는 지난 22일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주최한 ‘2012 산업혁신 서비스산업 선진화 국제포럼’에서 싸이의 성공을 “한국인도 스스로 즐길 수 있고 서비스 중심의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혁신 사례”라며 한국에 기업가 정신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0일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싸이의 성공은 한국문화의 저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앞으로 경제성장의 새로운 원동력은 공연, 게임, 영화 등 서비스산업”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제의 위기를 타개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찾는 위기관리대책회의에는 통상 국내외 유수기업 성공 사례나 학자들의 명언들이 활용됐으나 ‘B급 문화’의 대표주자 싸이의 노래가 제시된 것이다.

정부는‘환경분야 세계은행’인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의 인천 송도 유치를 위해 싸이의 유명세를 빌리기도 했다.

청와대 직속 녹색성장위원회는 GCF 한국 유치를 위한 영상물에 싸이의 출연을 요청했다. 싸이는 기꺼이 응했고 지난 16일 ‘GCF 송도 스타일’에 전격 출연했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16일 GCF 포럼에 참석해 싸이의 성공사례를 소개하며 GCF 사무소의 한국 유치 당위성을 호소했다. 한국은 지난 20일 GCF 유치에 성공했다.

박 장관은 최근 외교행사에서 싸이의 ‘덕’을 보기도 했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지난 11일 일본에서 열린 ‘G20·아세안+3 재무장관 만찬’에서 “자기 아들이 싸이의 말춤을 잘 추고 노래도 좋아한다”고 관심을 표했다. 브루나이 장관도 “집에서 연습을 해봤는데 말춤 배우기가 의외로 어렵더라”면서 고민 아닌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렇게 각국 장관들은 10여분간 싸이홀릭에 빠졌다. 박 장관이 외교 얘기를 꺼낼 때 훨씬 수월했다는 후문이다.

정계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대선 후보자들은 물론 국내 주요 대선주자들은 당 내외 행사에서 ‘말춤’을 추거나 ‘강남스타일’ 패러디 동영상을 썼다. 심지어 ‘강남스타일’이 어느 대선주자의 로고송으로 쓰일지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싸이는 자신의 노래를 정치적 목적에 쓰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싸이가 문화예술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해 다음달 19일 열리는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에서 문화훈장을 수여하기로 사실상 확정했다. 싸이가 문화계 외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 것을 보면 문화훈장만으로는 부족하지 않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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