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금이 아시아로 몰리면서 인플레이션과 부동산 버블에 대한 불안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3차 양적완화와 일본은행(BOJ)의 자산매입기금 증액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잇따라 경기부양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 풀린 막대한 자금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에 따라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아시아로 유입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스탠다드차타드(SC)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채권시장에는 지난달 13억 달러(약 1조4300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앞서 8월에는 5억4000만 달러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SC는 또 한국 채권시장도 8월의 24억 달러 순유출에서 지난달 14억 달러 순유입으로 상황이 바꼈다고 밝혔다.
SC는 “중국 경제지표가 안정되고 위안 가치가 강세를 유지하면 아시아로의 자금 유입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자금 유입으로 태국증시 SET지수가 올 들어 28%, 필리핀증시 PS지수가 24%, 인도증시 센섹스지수가 23% 각각 뛰었다.
홍콩증시 항셍지수는 이날 14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홍콩과 싱가포르의 부동산시장 역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홍콩 집값은 지난 4년에 걸쳐 두 배 뛰었다. 존 탕 홍콩 재정부 총리는 전일 “부동산시장은 전반적인 경제상황이 둔화하는 것과 괴리를 보이고 있다”면서 “부동산과열 억제책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싱가포르의 지난 3분기 주택 가격은 전년보다 56% 급등했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지난 수주간 주택담보대출 여건을 강화하는 등 부동산시장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해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커지면서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태국 중앙은행은 과다한 자금 유입에 대응하기 위해 이날 국내 상장사와 개인의 해외증시·외화 표시채 채권 투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다.
해외 투자가 늘면서 아시아 지역의 통화 가치도 뛰고 있다.
싱가포르달러 가치는 올 들어 미국 달러에 대해 약 6% 올랐다.
홍콩의 중앙은행인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지난 20일 달러·홍콩달러 환율을 7.75달러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6억300만 달러 규모의 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홍콩이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은 지난 2009년 12월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해외자금 유입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지면서 아시아 각국에 금리인상을 압박할 요인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결국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미국의 경기둔화 등 글로벌 경제상황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아시아 주요국에 긴축책을 펼쳐야 하는 부담을 안길 수 있다고 WSJ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