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강세가 주춤하면서 일본 기업들의 공격적인 해외 M&A 행보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본 최대 광고회사인 덴쓰는 지난 여름 영국 광고회사인 이지스를 인수했다.
덴쓰는 엔화 강세가 M&A 거래를 하는데 불리하지 않다고 밝혔다.
일본 3위 이동통신업체인 소프트뱅크는 지난 17일 미국 2위 이동통신업체인 스프린트넥스텔을 200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소프트뱅크의 스프린트넥스텔 인수는 글로벌 M&A 시장에서 지배력을 넓히고 있는 일본 기업들 중 가장 눈에 띄는 행보라고 신문은 전했다.
설리반 앤 그롬웰의 프랭크 아퀼라 M&A 전문가는 “많은 일본 기업들이 이미 상당한 자금을 갖고 있어 현금 조달 부담이 없다”며 “엔화 강세가 겹치면서 일본 기업들은 전세계에서 인수를 위한 완벽한 포지션을 유지했다” 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일본기업들의 해외 M&A 규모는 101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로 이미 지난해 전체에 비해 84% 많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최근 엔이 약세로 돌아서면서 향후 일본 기업들의 M&A 행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주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례총회에서 엔화 강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 중앙은행 일본은행(BOJ) 역시 오는 30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부양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여 엔화 약세 가능성은 더욱 커진 상태다.
실제로 엔화 가치는 지난 9월 중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3차 양적완화를 단행한 이후 달러에 대해 3% 가까이 떨어진 79엔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같은 기간 유로는 엔에 대해 4% 이상 오르며 강세를 나타냈다.
기업이 해외 기업의 M&A를 결정할 때 통화가치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엔화의 약세가 거시경제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FT는 유럽중앙은행(ECB)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국) 위기국의 채권을 매입할 계획을 밝히면서 엔화의 강세가 주춤했다고 지적했다.
유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일부 제거되면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엔화에 대한 매수세도 약해졌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달러·엔 환율이 내년 82엔대로 상승하고 2014년에는 87엔대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엔화 약세가 일본기업들의 M&A 자체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통화 강세에 따른 혜택은 분명 줄어들 수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장중 79.30엔대에서 거래됐다.
전문가들의 예상이 맞는다면 엔화 가치는 달러 대비 내년 3.5% 가량 하락하게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