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금자리주택사업을 당분간 중단키로 한 것은 사업 추진 동력을 상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는 12월 차기 대통령이 새로운 주택 정책을 발표한 경우 기존 보금자리주택의 폐기 처분까지 고려되는 상황에서 사업 추진이 무의미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에 대해 일종의 ‘출구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보금자리 주택이라는 주택 브랜드 이름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부 내부에서 조차 향후 주택 정책의 방향을 완전히 틀어버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게다가 정권말 무리하게 토지 보상에 나서는 등 사업을 추진하다가 차기 정부의 새 주택 정책으로 사업이 접어야 한다면 후폭풍이 엄청나다는 점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토부의 몸사리기와도 궤를 같이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기존 지구의 취소 가능성 언급이다. 가장 신뢰도가 높아야 하는 정부가 자신들의 사업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한 점은 향후 사업 무산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은 것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정부 내부에서 조차 더 이상 보금자리 사업을 추진할 의지가 없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주택 시장 추락의 심각성을 고려한 조치로도 받아들여진다. 보금자리주택이 수도권 공급 과잉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만큼 시장 공멸을 막기위한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건설사들의 도미도 부도가 가장 대표적인 예가 된다.‘로또 아파트’로 불리는 보금자리주택 환상에 빠진 수요자들이 전세에 눌러 앉으면서 미분양 아파트 적체에 발목을 잡힌 건설사들이 한꺼번에 무너지면 금융권 동반부실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업적인 측면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그린벨트를 풀고 지어야하는 보금자리주택의 특성상 더이상 개발할 택지가 넉넉치 않은 상황이다. 실제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LH는 후보지 선정 작업 과정에서 마땅한 택지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130조원의 빚더미에 시달리는 LH로서는 보금자리주택 속도조절 필요성을 공감했을 가능성이 높다.
일례로 3차 지구인 광명 시흥지구의 경우 수조원에 이르는 토지 보상비를 단번에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도 “LH가 기존 사업을 축소하거나 취소하듯 보금자리도 그런 작업이라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보금자리주택 사업이 지지부진 하면서 수요자들의 강한 반발도 예상된다. 토지 보상비를 기대했던 해당 지구 주민들이나 청약을 준히하던 예비 청약자들이 집단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