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 박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안전 사각지대

입력 2012-10-1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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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을 불법으로 소분해 팔기도…식약청은 뒷짐만

서브스크립션 커머스(Subscription Commerce)가 증가하고 있지만 증정품이나 비매품이 포함돼 있어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란 매달 일정액을 내면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구성한 다양한 상품을 잡지처럼 정기적으로 배송받을 수 있으며 제품은 정품이거나 체험용으로 만들어진 소량 제품이 대부분이다.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동익(민주통합당)의원이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업체 2개사 제품을 구입해 분석한 결과 구성품 중 상당수가 비매품, 견본품, 증정품으로 표기된 이른바 화장품 샘플인 것으로 드러났다.

화장품의 경우 지난 2월 화장품법이 개정되면서 샘플 판매가 금지됐기 때문에 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

A사의 ‘a박스 9월호’에는 △프랑스산 선크림 5ml △프랑스산 로션 15ml △일본산 스킨 25ml △미국산 컴팩트파우더 3g △미국산 아이리무버 15ml △미국산 립스틱 2g 등 총 6개의 이른바 고가 명품 화장품이 구성품으로 들어있었다.

하지만 구성품 립스틱을 제외한 5개 제품(90%)이 증정품 또는 비매품 딱지를 버젓이 붙이고 월 3만7500원에 판매되고 있다고 최 의원은 지적했다.

립스틱도 증정품이라는 표기만 하지 않았을 뿐 해당 회사 판매점에서 제품 홍보용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했던 샘플과 동일한 크기 및 형태였다.

B사의 ‘b박스 7월호’는 △국내산 헤어 세럼 5ml 2개 △국내산 스킨 30g △국내산 달팽이 크림 30ml △스위스산 로션 3ml △국내산 세럼 5ml △인도산 비누 70g △국내산 샴푸, 린스 각 50ml △국내산 마스크팩 2종으로 총 11개의 생활용품 및 화장품으로 구성돼 있었다. 그 중 5개(45.4%)는 증정품이 표기된 샘플로 구성돼 있었고 정품으로 구성된 제품은 저가 마스크팩, 샴푸뿐이었다.

일부 업체들은 구성품 안에 저렴한 정품 마스크팩이나 여행용 샴푸, 비누 등을 끼워 넣고 마치 수입산 고가 화장품 샘플을 덤으로 주는 것처럼 판매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한 달 정기구독료가 적게는 1만5000원대에서 많게는 4만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구독료 안에 샘플 가격이 모두 포함되는 셈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현행 화장품법령에 따라 화장품 제조업자 및 제조판매업자는 식약청에 등록하도록 돼 있지만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업체는 이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관리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식약청에서는 샘플 화장품 판매에 대한 단속은 실시하면서도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업체들에 대해서는 단속계획조차 세우고 있지 않았다고 최 의원은 지적했다.

더욱 큰 문제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업체들이 스낵류, 커피·차류 등 카테고리를 확장해 식품을 불법으로 소분해서 팔고 있다는 점이다.

최 의원은 “이 제품들은 겉 포장지 없이 공기와 접촉된 상태이거나 유통기한, 성분 표시, 보관방법, 심지어는 섭취방법 표기조차 없이 발송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소분한 뒤 업체에서 자체적으로 성분, 유통기한 등을 별도 작성해 스티커로 부착한 식품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렇게 불법으로 식품을 소분하여 판매할 경우, 현행 식품위생법 제10조 표시기준 위반으로 적발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어 그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는 고가 제품이나 신제품으로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식약청의 검증도 받지 않은 위험한 제품들”이라면서 “하지만 식약청은 아직 민원이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뒷짐만 지고 있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실천으로 보여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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