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개발 중인 엔트리급의 후륜구동 세단(프로젝트 RK)이 개발 막바지에 이르렀다. 북미시장을 겨냥해 개발에 착수한 새 모델은 벤츠 C-클래스와 BMW 3시리즈, 아우디 A4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세그먼트D와 경쟁한다. 나아가 렉서스의 엔트리급 후륜구동 세단 IS 250까지 경쟁 모델로 염두에 두고 있다.
15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사옥에는 개발 중인 RK의 경쟁모델로 경영층의 상품 점검을 위해 렉서스 IS가 나섰다.
RK는 현행 제네시스 쿠페의 후속(프로젝트 VK)을 바탕으로 개발 중인 고성능 컴팩트 세단이다. 제네시스의 아래 급으로 자리매김할 새 모델은 쏘나타보다 조금 작은 사이즈에 3.0리터 안팎의 직분사 엔진을 얹을 것으로 전망된다.
개발을 마치고 출시되면 현대차의 후륜구동 라인업에 마침표를 찍게 된다. 현대차는 RK를 시작으로 제네시스와 에쿠스 이어지는 후륜구동 고급세단 라인업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아반떼와 쏘나타, 그랜저로 이어지는 라인업과 맥을 함께하는 셈이다.
RK와 같이 럭셔리 브랜드의 엔트리급 모델은 막중한 임무를 지닌다.
젊은층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고 품질과 성능을 앞세워 브랜드 추종성을 심어준다. 이후 자사의 고급 모델 고객으로 자연스럽게 이어간다는 것이 기본 전략이다.
그러나 이번처럼 렉서스의 등장은 다소 이례적이다.
현대차는 2000년대 초반부터 독일차를 겨냥해 왔다. 직분사와 직분사 터보, 듀얼 클러치 기어박스 등 기본적인 제품 전략 모두 독일 폴크스바겐 그룹을 추격하고 있다. 차산업 발달 초기처럼 일본차를 추종해서는 일본차를 앞설 수 없다는 전략도 깔려 있었다.
올초 등장한 기아차 K9의 경우 지난해 정몽구 회장의 최종 품평회에 현대차 에쿠스와 BMW 7시리즈가 등장하기도 했다. 일본차는 더 이상 경쟁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자신감도 팽배했다.
반면 RK 개발에는 렉서스 후륜구동 세단이 적잖은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시장을 겨냥한 만큼 독일 경쟁차 이외에도 도요타의 고급버전 렉서스 역시 만만찮은 맞수이기 때문이다.
제품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라인업도 확대한다. 4도어 세단을 바탕으로 렉서스 IS에 없는 2도어 쿠페까지 영역을 넓힐 것으로 전망된다. 기본 바탕이된 제네시스 쿠페와 비슷한 성격을 지니지만 주행감각과 고객층은 확연히 나뉜다는 게 현대차의 판단이다. 최종 품질점검 등이 이뤄지는 만큼 새 모델은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점쳐진다.
이날 품평회를 준비한 현대차 관계자는 “경쟁이라기보다 개발에 참고할 만한 다양한 부분을 점검하는 정도”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