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왕 아들…라가르드 IMF 총재 “황세자”·김용 WB 총재 “왕세자”

입력 2012-10-1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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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세계은행(WB) 총재와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아시아계 최초로 세계은행(WB) 수장이 된 한국계 미국인 김용 총재와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일본 국왕의 왕위 계승자에 대한 표현이 달라 주목을 끈다. 라가르드 총재는 ‘황세자’라고 한 반면 김 총재는 ‘왕세자’라고 칭한 것이다.

세계를 이끄는 두 리더는 지난 12일 오전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개막식에서 순차적으로 기조연설을 했다.

이번 행사가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만큼 현 아키히토 일왕의 장자이자 왕위 계승 자격을 가진 나루히토(52) 태자도 참석했다.

김 총재보다 먼저 기조연설을 한 라가르드 총재는 “your Imperial Highness”라고 하며 앞에 앉은 나루히토 태자를 ‘존경하는 황세자’라고 연설 중간에 언급했다.

반면 김 총재는 연설을 시작하는 첫머리에 “your Royal Highness”라며 ‘왕세자’라 칭했다.

사전적으로 ‘royal’은 국왕의, ‘imperial’은 제국의·황제의라는 뜻이다. 왕(王)과 달리 여러 민족의 수장, 황제(皇帝)라는 의미의 형용사인 ‘Imperial’은 제국주의적 뉘앙스가 있어 사용을 꺼리기도 한다. 다만 왕족의 명칭에 대한 역사가 긴만큼 고유명사로 받아들여지거나 일반적인 호칭으로 구별 없이 쓰기도 한다.

하지만 일본 태자의 IMF 통용 공식명칭은 ‘his Imperial Highness the Crown Prince’이다. IMF 공식 자료에는 ‘imperial’을 사용한 그의 명칭이 어려차례 나온다. 외교통상부도 ‘his Imperial Majesty’ 라고 공식 명칭으로 지정해 ‘imperial'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영국 등 세계 왕족들을 칭할 때 ‘Your Royal Highness’라고 일반적으로 칭하기도 한다”면서도 “일본의 경우에는 ‘royal’이라고 쓰는 것을 보기 힘들며 거의 잘 쓰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 금융업계 참석자는 “김 총재가 라가르드 총재와 달리 ‘왕세자’라는 표현을 사용해 충격이었다”며 “제국주의 시대도 아니지 않나. 김 총재가 한국에 대해 국제무대서 자주 언급하는데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현장에 있던 일본 세자와 일본 언론들은 김 총재의 ‘royal’이라는 표현에 대해 불쾌해 하거나 예민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행사에 참석한 일본 현지 언론들이 동시 통역 기기를 착용해 작은 차이를 알아채지 못했거나 크게 고려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또 IMF 홈페이지에 올려진 김 총재 기조연설 전문에도 그가 연설 첫머리에 언급한 ‘your royal highness’라는 표현은 빠져 있다.

한편에서는 아시아계 최초로 WB 총재자리에 오른 김 총재가 미국인이지만 한국계라는 점이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일본의 식민 지배 경험이 있는 한국에서 태어난 어머니를 둔 그가 황제라는 뜻의 ‘imperial’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의식·무의식적으로 꺼렸을 가능성도 있다.

또 식민지배의 피해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빈민국들에 원조와 지원을 총지휘하는 WB총재로서 이는 어쩌면 당연한 수사(修辭)적 배려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일본이 ‘royal'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에 대해 사적·공식적으로 불쾌감을 표명을 하지 않았다”며 “한국계인 김 총재가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는 것을 한국인들이 도와줘야 하는데 오히려 이 발언을 부각시키는 것은 국익에서 벗어날 수 있다”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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