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렇다 할 해결책도, 어느 누구 책임지는 이도 없다. 말 그대로 공(空)기업으로 전락해 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8개 공기업 부채는 총 391조원. 국가부채 420조원에 근접해 있다. 최근 5년 동안 105%가 급증한 결과다. 같은 기간 동안 가계부채는 41%, 민간기업 부채는 37%가 늘어났다.
이 가운데 18개 공기업의 부채는 무려 313조원에 달한다. 전체 공기업 부채의 90%를 차지한다. 연간 지출해야 할 이자비용만도 5조원. 그러나 이자 지급능력은 형편없다. 2004년 이자의 3.6배에 달하던 영업이익은 2011년 1.0배로 하락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15%에서 4%로 급락했다. 차입금 의존도는 평균 50%에 이른다.
당연히 정부 지원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민주통합당 조정식 의원에 따르면 2007년 52조원이었던 공공기관에 대한 정부지원금은 2009년 74조원, 2011년 72조원 등으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직접적인 정부 지원금이라고 할 수 있는 정부출연금과 정부보조금은 2007년 15조4000억원에서 2011년 19조4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 공공기관의 효율성 제고 및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민영화, 통폐합, 정원감축 등을 골자로 한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을 추진해 왔다. 여기에는 정부재정지원 100% 감축이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지난 6월 정부는 총 170개 과제 가운데 123개가 완료됐다고 추진실적 점검과 함께 향후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75%의 과제달성율에도 공기업은 오히려 국가재정을 위협하는 괴물이 되어 가고 있다. 최근엔 대대적인 부채 축소작업에 착수한다고 하지만 불과 5개월여 남은 임기 동안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현 정부 들어 공기업 부실이 한층 심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현 정부만의 실정이라고는 할 수 없다. 공기업은 오랜 기간 정권의 대리집행인으로 기능해 왔다. 공익서비스보다는 정권의 입맛에 따른 정책집행이 대부분이었다. 낙하산과 정실인사로 자리를 꿰찬 사장에게 경영자율권은 없었고, 경영부실에 대한 비난만 쏟아졌다.
과거 정권부터 이어져온 이 같은 파행이 근본부터 바뀌지 않은 한 공기업은 부실에서 헤어날 수가 없다. 이는 차기 정부가 짊어져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가재정을 위협하고 있는 공기업 부채의 심각성을 거론하며 책임을 추궁하는 정치인은 있지만 해결방안을 모색하려는 대선후보는 없다. 역대 당선자들이 그랬듯이 집권과 동시에 사장 인사권은 전리품으로 챙기겠지만 경영정상화는 ‘나 몰라’다.
수 년 내 공(空)기업으로 전락해 해체 수순을 밟는 공(公)기업을 보게 되지는 않을지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