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브러더스발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중국으로 옮겨간 세계 경제의 기관차 역할이 다시 미국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4일(현지시간) 한 때 두 자리 성장을 구가하던 중국 경제가 힘을 잃으면서 희미하게나마 회복 기조에 오르고 있는 미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메릴린치 일본 증권은 이같은 이변이 지난 4월부터 불거졌다고 설명했다. 증시에서 중국 경기에 민감한 종목의 주가 하락이 선명한 반면 미국 관련 종목의 성적은 급격한 호조 양상을 보여왔다는 것이다.
메릴린치 관계자들은 “미국과 중국의 비중에 따라 기업 실적이 양극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리먼 사태 이후 4조위안(약 700조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앞세워 세계 경제의 구원투수로 떠올랐다. 국내총생산(GDP)에서도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로 부상하는 등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던 세계 경제 구도에 세대교체를 고했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바오바(保八·최소 8%대 성장률 달성)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 규모는 커질대로 커져 과거와 같은 10%대 성장이 어려워진 데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국가 주도의 투자·수출을 통한 고성장 모델이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
위기감이 고조되자 중국 정부는 수출에서 내수 위주로 경제의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지만 임금 인상 등에 따른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와 내수 부진 등으로 인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다 정치적 리스크도 중국의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정권 교체기임에도 지도자들이 경기 부양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해외 투자자들의 실망감을 키우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 증시 성적을 크게 웃돌던 중국 증시는 올들어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경착륙 양상은 뚜렷해지고 있다. 영국 은행 바클레이스는 지난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월 시점의 3.5%에서 3.1%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8.1%에서 7.5%로 대폭 낮췄다. 작년은 9.2%의 성장률을 기록했었다.
미국 물류업체인 페덱스의 프레데릭 스미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중국 문제를 앝잡아 봐선 안된다”며 중국의 부진한 수출과 소비를 이유로 실적 전망을 하향했다.
JP모건증권의 아다치 마사미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커져 미국에서 나타나는 미약한 햇살에 대한 시장 관계자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를 촉발시킨 미국 주택시장에서 바닥 조짐이 보이고 있다.
S&P 케이스-실러 주택 가격지수와 미 연방주택금융청(FHFA)의 전미 주택 가격지수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5월까지 침체했던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의 추가 완화 기대감에 10% 가까이 상승했다.
주택과 주식의 가격 상승은 개인들이 소유하고 있는 자산 가치를 높인다는 점에서 경기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미국 경제조사기관인 ISI그룹의 에드 하이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주 “7~9월에만 자산가치가 2조 달러 가량 불어났다”며 “이는 미 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를 자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2%대에 불과할 것이라는 점에 주목, 감세 기한 마감 등으로 긴축 재정에 내몰리는 재정절벽이 미국 경제에 한층 부담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신문은 리먼 사태를 계기로 특정 국가가 세계의 성장을 주도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중국에 대한 과도한 기대도 한계에 달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