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번 장 교수의 강연에 대해 네티즌들은 갑론을박을 펼쳤다. 아무래도 진보를 대표하는 학자와 재계 1위 삼성그룹의 만남이기에 그랬던 듯. 맞는 얘기라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삼성에 가서 재벌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장 교수의 강연 내용을 살펴 보면 이렇다.
장하준 교수는 “재벌들의 사업다각화에 대한 비판이 있는데 선진 자본주의국가에는 다 있는 현상”이라면서 “핵심역량만 해야 한다면 삼성은 양복과 설탕만 만들고 현대는 길만 닦아야 된다”고 비유했다.
그는 사업다각화가 기업의 성장의지, 과거 정부의 떠맡기기 등으로 인해 이뤄진 점도 언급했다.
또 과거에 지주회사 설립, 교차소유 등이 금지됐기 때문에 순환출자가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하면서 “지금 와서 나쁘다고 하면 역사성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재벌을 옹호하는 듯한 장 교수의 발언에 한 네티즌은 “장하준이 재벌의 꼭두각시를 자청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다른 네티즌은 “장하준은 재벌을 긍정하면서도 강도 높은 비판을 수행했던 학자”라며 “장하준 책을 한권이라도 읽었다면 이런 소리 못할 것인데…”라고 반박하는 등 네티즌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사실 장 교수의 발언은 재벌을 옹호한다고 보긴 어렵다. 주주자본주의에 입각한 경제민주화를 반대하는 쪽이다.
장 교수는 경제민주화를 ‘시민권에 기초한 보편적 복지국가’로 정의하면서 주주자본주의 논리에 기초한 재벌개혁은 경제민주화가 아니라고 말했다.
주주자본주의는 기업의 주인은 주주이고 1주당 1표의 의사결정권을 줘야 하며 소액주주 이익보호를 위해 사외이사를 많이 둬야 한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장 교수는 주주자본주의를 근거로 대기업에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며 제도를 뜯어고친다고 해서 경제민주화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라면서 사회적 대타협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대기업이 국민의 지원으로 인해 성장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며 대기업의 성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교수는 이어 “우리나라 재벌들이 주주자본주의를 받아들였는데 이제는 주주자본주의의 틀에서 벗어나 사회적 대타협을 받아 들여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네티즌은 “(장하준 교수의)역사적 통찰과 균형감각은 학자로서 존경할만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것은 기업가들의 끝없는 탐욕입니다. 절대로 기업가들은 자신들의 세력이 위축되거나 손해가 발생하는 짓은 안 합니다. 그러므로 사회적 대타협의 선결조건은 재벌과 연계되지 않은 권력의 출현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라며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한편 장 교수가 삼성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 관계자는 초청 배경에 대해 “사장단 회의에는 각 분야에서 뚜렷한 식견을 갖고 있는 분들이면 누구나 초청할 뿐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