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함과 친근함 이란 단어하면 떠오르는 곳은 어딜까. 대답은 제각각이겠지만 이들 단어와 은행은 지금까지는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은행을 꼽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듯하다.
은행점포가 낯설고 어려운 공간이 아닌 쉽게 들어가 오래 머무르고 싶은 즐거운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20대 대학생, 30~40대 직장인, 50대 이상의 부모세대, 기업 등 고객에 적합한 시설과 서비스를 갖춘 ‘맞춤형 은행점포’가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국민은행 ‘락(樂)스타존’ 1호점인 숙대 ‘눈꽃지점’은 숙대 오르는 길 옆에 위치하고 있다. 외관은 물론 내부 역시 은행보다는 편안한 카페같은 느낌이었다. 잠깐 들어와 은행 안에 준비된 커피를 가지고 나가는 학생, 세미나실에서 음악을 들으며 과제를 하고 있는 학생, 벽면에 설치된 터치미디어월에서 은행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 등 대학생들에게 은행은 일상의 한 부분이 돼 있었다.
이영주 눈꽃지점장은 “일반지점에서는 신규가 되지 않는 학생우대 금리 및 수수료 인하 혜택 등을 담은 락스타 전용상품이 인기”라며 “금융서비스와 더불어 다양한 이벤트, 금융·취업특강, 토론공간 등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점 때문에 학생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은행 안에는 빔프로젝트가 설치된 세미나 실을 비롯해 휴식공간, 셀프커피바 등 대학생들을 위한 공간이 충분히 마련돼 있었다. 두가영 씨는 “‘은행같이 않은 은행’의 모습에 친구들과 자주 오면서 서포터즈로 활동하게 됐다”며 “이곳 락스타존은 정말 새로운 시도같다”라고 은행의 변한 모습을 접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 직장인 김성호(남·30)씨는 퇴근 후 6시30분 은행으로 향하고 있다. 일에 쫓겨 미루던 은행업무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다. 그는 여러개의 통장을 들고 그동안 밀린 은행일을 처리하고는 별도로 마련된 상담실에서 투자 관련 전문적인 상담을 받았다.
KB국민은행이 직장인 밀집지역 강남구 테헤란로에 30~40대 직장인을 위한 특화점포를 개점했다. 점심시간, 오랜 시간을 기다린 후 은행업무를 봐야만 했던 직장인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3040 특화점포’는 오후 12시부터 7시까지 영업시간을 조정했다.
점심시간의 3040 점포는 여느 은행과는 달리 모든 직원들이 풀가동되고 있었다. 오후 12시 출근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내부에 있는 5명의 직원은 모두 공모를 통해 선발된 우수인력이다. 지점 관계자는 “고객이 몰리는 점심시간 직장인들은 은행업무를 다 마치지 못했다”면서 “3040전용 상담코너를 만들어 퇴근 후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배려도 했다”고 설명했다.
점포 안에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전문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상담공간과 커피머신, 태블릿PC, 노트북 등이 설치된 ‘직장인 쉼터’가 마련돼 있었다. 또 ‘통장자동발행기’를 설치해 단순 통장이월에 필요한 대기시간을 줄였고 ‘예약 상담서비스’를 운영해 최적의 상담 서비스도 제공한다.
지점 관계자는 “하루 100여명 정도의 입점고객 중 직장인들이 60~70% 정도 된다”며 “4시 이후는 전체의 40% 이상, 점심시간은 40% 가량이 직장인으로 호응도가 높다”고 말했다.
지난 2월 KB국민은행은 중소기업의 금융거래 편의를 위해 기업밀착형 은행점포를 마련했다.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3단지, 경기 양주시 도하산업단지, 경기 화성시 팔탄1공단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들 은행에는 업체직원 전용 라운지가 마련돼 있어 기업체 경리직원은 대기하는 동안 설치된 컴퓨터로 편안한 환경에서 회사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또한 별도로 준비된 기업체 CEO 커뮤니티 라운지는 동종업계 CEO들의 만남의 장소로 활용된다.
지점 관계자는 “CEO 커뮤니티 라운지나 업체 직원전용 라운지에 대한 활용도가 높다”며 “업체 홍보존에 있는 미디어월을 통해 기업체의 제품과 서비스 홍보 및 구인광고가 가능해 고객 만족도가 크다”라고 기업밀착 점포의 역할에 대해 자부심을 나타냈다.
이곳에서 기업들은 여신 전결권 상향 조정을 통한 신속한 여신지원은 물론 배치된 기업금융 전문인력(RM·Relationship Manager)으로부터의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오영순(여·60) 씨는 스크린 골프를 치며 뭉친 어깨를 풀고 있다. 오후 3시 예약된 투자 상담 서비스를 받기 전 운동을 위해 일찍 PB센터를 찾은 것이다. 상담을 받은 후 그는 센터에서 상영하는 영화 한 편을 보고 갈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의 ‘골드 시니어 PB센터’는 지난달 2일 용인시 수지에 문을 열었다. 은행 서비스에 낯선 50대 이상의 고객에게 내집처럼 편안한 공간에서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이에 맞게 센터의 컨셉도 ‘문화공간’이다. 일주일에 1~2번 추억의 영화를 상영하고 센터 안에는 스크린 골프장을 설치했다. 여행·자문컨설팅·쇼핑 등 고객 생활과 밀착된 다분야의 상담 및 예약대행을 제공하는 1:1맞춤형 컨시어지(비서대행)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렇다 보니 수지지점 직원들은 일주일에 한번 골프장으로 출근해 시니어들과 담소를 나누며 친밀감을 형성한다. 센터 관계자는 “‘로마의 휴일’ 같은 어르신들이 좋아할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며 “얼마전에는 고객들과 함께 창경궁 나들이도 다녀왔다”면서 앞으로 스마트폰 사용이 낯선 시니어 고객층을 위한 스마트폰 강좌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