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의 대표적 금융지구인 테헤란로에 근무하는 직장인 박성찰(35세) 씨는 가을철 이사 시즌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전세 계약을 연장하고 싶었지만 집 주인이 전세금을 5000만원이나 올려달고 해 어쩔 수 없이 은행을 찾아가야 하지만 바쁜 근무시간으로 은행갈 시간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퇴근하고 은행을 찾으면 영업시간이 끝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이 박씨 처럼 낮 시간에 은행업무를 보기 어려운 고객들을 위해 ‘3040 점포’를 잇따라 개설하고 있다. 이들 점포는 주요 고객층인 회사원들이 낮 시간에 업무를 보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정오부터 오후 7시까지 영업한다.
이전에도 공항, 병원, 카지노 등 상시 유동인구가 많은 곳과 외국인 근로자 밀집지역에 주말이나 야간에 영업하는 특수 점포를 운영했다. 그러나 일반 영업점이 오후 7시까지 문을 여는 것은 새로운 변화다. 자동화기기와 인터넷뱅킹 등 금융거래 채널이 있지만 신규 고객 유지를 위해 점포를 통한 고객과의 접점 확대는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눈에 띄는 점은 과거처럼 무작정 점포를 개설 하는 것이 아니라, 비용 대비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신개념 점포의 개설이 잇따르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10일 직장인들이 밀집돼 있는 강남구 테헤란로에 ‘30~40대 직장인 중심 특화점포’를 개점했다. 직장인들의 접근성을 고려해 지하철역 인근에 위치해 있다.
영업시간은 낮 12시 부터 오후 7시까지다. 점포 내부에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전문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상담공간과 커피머신, 태블릿PC, 노트북 등이 설치된‘직장인 쉼터’공간도 마련했다. 공모를 통해 선발한 우수인력을 배치해 PB수준의 상담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국민은행의 설명이다.
특히 은행업무 처리뿐만 아니라 전문강사를 초빙해 직장인들이 관심이 많은 부동산, 세무, 투자상담 등 재테크 강연도 정기적으로 개최할 예정이어서 직장인들 사이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민은행은 직장인이 밀집돼 있는 가산디지털단지역 인근에도 오는 10월중 추가로 직장인 중심 특화점포를 개점할 계획이다. 앞서 SC은행은 이달 초부터 역삼동과 명동 등 6개 지점을 대상으로 오후 6시~7시30분까지 영업시간을 연장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4월 스테이트타워남산 영업점을 오픈했다. 대형 오피스빌딩 안에 위치한 이 점포는 영업점 직원들이 같은 빌딩 내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은행권, 수신기반 확대에 사활 = 은행은 점포가 고객과 만나는 기본적인 접점이란 점에서 맞춤형 점포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시니어 특화 점포, 기업밀착형 특화점포, 외국인·여성 대상점포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국민은행이 오는 25일 오픈할 예정인 ‘新(신) 은퇴설계시스템’은 고객들의 은퇴 이후는 물론 은퇴 전부터 체계적인 은퇴 준비를 도와 준다.
베이비 부머(1955~1963년생)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 되면서 시중은행들이 은퇴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다지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달 1일 시니어 특화 점포인 ‘골드시니어 PB센터’를 금융권 처음으로 오픈했다. 시니어들이 많이 거주하는 용인시 수지에 위치한 이 센터는 주요 고객층이 50세 이상임을 감안해 시니어의 니즈에 부합하는 특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민은행은 지난 2월 중소기업 지원 강화를 위해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3단지, 경기 양주시 도하산업단지, 경기 화성시 팔탄1공단에 기업밀착형 특화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지역의 영업점에서는 외국인 근로자만을 위한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필리핀 고객을 위해 매주 일요일마다 은행 문을 연다.
매주 일요일 혜화동, 광희동, 의정부 지점에서 해외송금, 환전, 통장개설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이들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통역관도 상주하고 있다. 혜화동 지점에는 필리핀 제휴은행 직원이 상주하고 광희동에는 몽골 제휴은행 직원이 상주하고 있다.
KDB산업은행은 최근 여성만으로 구성된 점포를 이수지역에 선보였다. 지점장은 물론 직원 5명이 모두 여성이다. 친근하고 섬세한 여성 특유의 장점을 바탕으로 자산가 고객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지점 내에 휴식공간인 '쿨 카페(Cool Cafe)'를 두고 은행을 휴식과 문화가 결합된 금융쉼터로 만들어 갈 계획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이 앞으로도 획일적인 점포운영 형태에서 벗어나 고객의 눈높이와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다양한 고객중심형 점포모델을 개발하고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