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연(22·한화)이 대원외고 동창인 허윤경(22·현대스위스)과 대결에서 승리했다.
유소연은 8일 충남 태안의 골든베이 골프장(파72·6564야드)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한화금융 클래식(총상금 12억원)에서 우승, 1년 3개월 만에 국내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공교롭게도 이날 챔피언조에는 초교시절부터 절친하게 지내던 허윤경이 있었다. 1타차로 단독 선두에 올랐던 허윤경은 정규투어에서 생애 첫 승을 올릴 기회를 맞은 상황이었다.
유소연 역시 지난해 이대회에서 룰 위반으로 2벌타를 받으며 우승경쟁에서 밀려났던 기억이 있던 터라 이번대회 정상 자리가 간절했다.
이들은 대원외고 동창으로 초등학교시절부터 함께 골프를 치며 친분을 쌓아온 사이다. 절신한 사이었지만 마지막날 경기에서 흐르는 분위기는 묘했다.
동반라운딩을 하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많이 없었다. 오히려 서로의 캐디와 긴장을 푸는 모습이 더 많이 목격되는 등 친한 사이가 무색할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우승상금 3억원이 걸린 이번 대회에서 이들은 막상막하의 경기를 펼치며 팽팽한 긴장감을 이어왔다.
유소연이 전반에 3타를 줄이며 2타를 줄인 허윤경과 공동선두를 만들었다. 특히 전반 5번홀에서는 유소연의 세컨드 샷이 그린 위에 떨어지면서 허윤경의 공을 맞히면서 홀 안으로 넣는 상황도 있었다.
후반 허윤경이 12번홀(파3)에서 버디를 낚아채며 단독선두로 올라섰다. 14번홀(파5)에서 나란히 한타씩을 줄이며 허윤경에게 우승의 힘이 실리는 듯 했으나 허윤경이 16번홀(파4)에서 보기를 적어내면서 승부는 다시 원점이 됐다.
승부처는 마지막 18번홀. 허윤경의 두 번째 샷이 아웃오브바운즈(OB)가 났고, 결국 보기로 홀아웃을 했다. 허윤경이 8언더파로 경기를 마치는 사이 유소연이 마지막홀을 파로 잘 마무리 하면서 우승은 유소연의 몫이 됐다.
경기후 유소연은 “윤경이와는 초등학교부터 친하게 지냈다. 윤경이와 우승경쟁을 하는 게 쉽지 않았다. 윤경이가 아직 우승 없어서 아쉽지만 샷이나 퍼팅이 꽤 위협적인 선수라는 걸 느꼈다. 남은대회에서 곧 우승 소식을 들려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친한선수와 우승경쟁을 할 때 더 어렵다. 감정을 숨기고 대화하는 게 더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오늘은 서로의 캐디와 대화를 많이 나눴다”며 “지난해 최종일 (최)나연 언니와 칠 때 보다 윤경이랑 치는게 더 부담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유소연은 다음날인 10일 LPGA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오픈에 참가하기 위해 영국으로 출국한다.
최근 LPGA 투어 제이미파 톨리도 클래식에서 첫 승을 이루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위기가 왔을 때 그린 주변의 쇼트게임 능력이 많이 향상됐다. 과거 칩샷 미스로 경기 흐름을 끊는 일이 많았는데, 미국이 연습 조건이 좋아 연습량을 늘렸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유소연은 “내일 바로 장거리 비행을 하는데, 조금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 우승을 발판삼아 감각을 유지하면서 좋은 결과 내겠다”며 각오도 다졌다.